매혹과 호소력 지닌 패션 올해 추동 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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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니」·무릎 길이·「미디」의 치마 기장을 놓고 제각기 유행을 점치던 71년 가을∼겨울의 「모드」는 찬바람이 솔솔 불면서 차츰 그 대답을 드러내고 있다.
『금년 들어 「미니는 한 벌도 안 만들었다』고 일찍부터 말해온 「디자이너」들이 많았지만 지난 여름만 해도 「미니」가 거리에서 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이제 거리에서 「미니」는 초라한 모습으로 밀려나고 있다.
무릎기장과 무릎아래 10cm정도로 추동「모드」가 정해지자 일반 여성들과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미니」는 불안했었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많고 『「미디」를 입으면 안정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들은 무릎을 약간 가리는 것이 한국여성들 체형에 어울릴 뿐 아니라 「여성다움」을 추구하는 세계의 「패션」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말한다.
「길이」이외에 추동「모드」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자유로운 여성미, 낭만적인 원시적 아름다움, 그리고 일률적으로 그 시대여성을 지배하던 「파워」대신 매혹과 호소력을 지닌 분위기 등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구미「패션」가에서 거듭 다져온 이 「패션」경향은 금년 가을겨울에 비로소 우리 나라 여성들 사이에 토착화한 느낌이다.
몸매를 살려주는 「실크」, 「나일론」화섬의 「저지」들, 「코르덴」과 우단과 「빌로도」의 복고풍, 야생적인 「스웨드」등 금년 가을의 옷감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패션」경향에 발을 맞추고 있다. 「프린트」도 기하학적인 것에서부터 소박한 시골 풍의 꽃무늬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쓴 흔적이 보인다.
옷감의 가격은 「원피스」 1감을 기준으로 할 때 평직「실크」가 2천원, 능직「실크」 4천원∼6천원, 「나일론·저지」 1천5백원∼2천원, 「코르덴」 1천5백원∼2천원 정도이다.
「스타일」은 어떤 경우의 옷이든 간에 허리선을 강조하고 따라서 몸매에 달라붙는 「실루에트」를 만들고 있다. 「코트」일 때는 「벨트」로 허리의 선을 살리고 있다.
일률적으로 강요되지 않는 최근의 「패션」경향은 누구나 자기 「스타일」을 찾아 선택하고 개성을 지닐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있다.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기장과 「실루에트」등 옷 입는 「원칙」을 정해놓고, 맹목적으로 유행에 추종하지 않는 안목을 기르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고있다. 어떤 길이의 옷을 입어도 유행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모드」 속에서 유행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고역대신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소화하는 즐거움을 갖게 된 셈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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