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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겨울철 안전사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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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겨울철이 가까워지고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자 각종 난방관계시설이 모두 가동하게 되면서 「보일러」가 폭발하는 등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별로 사고 축에 끼지 않던 이 같은 안전사고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숭인동 65의5 경신목욕탕(주인 원진경·50)의 지하 「보일러」가 폭발, 3명이 죽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큰 피해를 내고있어 겨울철에 생명을 빼앗는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보일러」나 주유소의 기름 「탱크」에 대한 점검이나 안전관리를 위한 감독 등의 소홀로 사실상 안전사고에 대해 무방비상태를 노출하고있는 실정이다.
치안국은 지난 15일 경신목욕탕의 「보일러」사고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동작동 새 서울 주유소의 기름 「탱크」가 폭발, 많은 인명피해를 내자 마치 땜질이나 하듯 사고예방을 위한 단속지시를 지난 17일 전 경찰에 하달했다. 치안국이 마련한 단속지시내용은 「보일러」의 경우 ①무 검사 및 사제원동기의 색출 ②무면허취급자의 색출 ③제한압력초과금지 ④부속장치의 미비 등을 단속해서 원동기 단속법 16조와 24조를 적용 ▲해당자를 형사입건하고 ▲설치 주에 대해서는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또 치안국은 위험물취급소(주유소 등에 대한 시설일제단속지시도 지난 19일 전 경찰에 내렸다. ▲주유소의 지하조를 설치할 때는 유조실과의 사이에 마른 모래로 채워 공간을 없애며 ▲조는 완전히 파묻도록 할 것 ▲앞으로 지하조 등을 매설할 때는 반드시 직원입회 하에 하도록 할 것 등이 시달되었다.
그러나 서울시경의 경우 20일 현재 단속실적은 단 한건도 없다. 형식적인 치안국의 지시만 있을 뿐 일선 경찰의 단속이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위험은 그만큼 증가되어 가고 있는 셈.
지하 「보일러」가 폭발, 11명의 사상자를 낸 경신목욕탕의 경우 경찰은 원동기 취급 면허소지자인 기사 김주연씨(33)가 있었으나 사고당시 무면허인 조수 이관수씨(27)가 관리한 까닭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경찰의 지하시설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지하실에는 「보일러」와 기름 「탱크」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으며 「보일러」와 연소기에 연결된 직경 3.5㎝짜리 급유 「파이프」가 과열되어 녹아 떨어지면서 폭발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신목욕탕의 사고는 결국 제한압력초과금지를 위반했기 때문이지만 작년 12월 6일에 설치허가를 받아 12월 12일에 개업, 「보일러」시설이 낡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요인은 그만큼 적었다. 이에 반해 「보일러」시설이 낡은 목욕탕 등 업소가 대부분으로 많은 고객을 상대로 영업시설에 철저한 단속이 실시되어 시설개수를 해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8명의 중화상자를 낸 새 서울 주유소의 「탱크」폭발사고의 경우 종업원 이현희군(21)이 휘발유 천 「드럼」을 넣은 후 재고량을 조사하러 지하실에 갔다가 유조실 현장에 있는 1백W짜리 백열등을 끄는 순간 전구가 『펑』터지면서 유조실이 폭발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사고원인을 가리지 못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원인조사를 의뢰하는 등 엉뚱한 조치만 취했다. 이 주유소는 ⓛ유조실 내부가 공간으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출입문과 사다리까지 마련되어 있었고 ②「스파크」를 일으킬 염려가 있는 전구(「스위치」가 「소키트」에 달려있다)까지 가설했으며 ③유조실 벽은 기준 30㎝에 훨씬 미달하는 20㎝도 채 안되었으며 ④유조실 바로 옆에 지하식당까지 경영, 위반 투성이었다.
관하 소방서는 지난 9월 18일 새 서울 주유소에 대해 안전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방관계관들은 검사당시에는 위반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해서 위반 투성이가 「위반무」로 안전검사를 끝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경찰의 형식적인 검사와 감독은 하나의 관례로 되어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평이다. 「보일러」검사도 소홀한 면은 마찬가지. 온수 「보일러」의 경우 검사를 받기 위해 온수를 빼고 다시 물을 데우기까지에는 몇 만원의 경비가 든다고 한다. 검사한번에 몇 만원을 날려보내기보다는…하는 것이 업자들의 검사기피의 원인이며 경찰이 묵인해주는 근거이다.
이래서 겨울철 안전사고에 대한 경찰의 대비는 치안국의 단속지시만 있을 뿐 일선에 가면 무방비 일수밖에 없다. 작년에 불과 5건에 1명 사망, 6명 중상이던 「보일러」폭발 사고는 올해 9월말까지 만도 10건에 12명 사망, 16명 중상으로(이상 치안국집계) 대단한 증가율을 보였다. 원인별로 보면 무면허 2건, 무검사 3건, 취급부주의 7건으로 나타나 경찰의 단속소홀을 입증하고 있다.【주섭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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