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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합리화 「무드」타고|기업재편 「러쉬」(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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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은행관리기업체의 경우>대부분 거액의 은행부채를 지고있는 기업들은 채권관리은행에 의해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은행관리기업체로 경리된 것이 21개, 새로 관리를 받게된 것이 4개로 작년 말의 은행관리 기업체 수 75개가 최근에는 58개로 줄었다. 정리유형별로는 주식처분이 4개, 담보처분이 2개, 법정관리해제 1개, 경영주체변경 1개, 나머지가 관리해제이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관리업체 4개는 한국 「알루미늄」, 정부가 현물 출자하여 산은이 지주 관리했던 대한원업, 거액(16억 4천만원)의 사채파동을 일으키고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의 법정관리를 받고있는 풍한산업, 농협의 관리로 들어갔다가 해제된 신흥농산물 등이다.
은행을 통한 기업재편은 소극적인 것과 적극적인 것이 있다. 소극적인 것은 부분 또는 전면관리로 들어갔다 채권회수가 확실시 되어갔다 관리해제를 받아 기업에게 경영권이 되돌아가는 것이고 적극적인 것은 지주관리업체가 되었다가 공매되는 것, 채권회수절차에 따라 유질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처분되는 것, 경영주체가 견실한 재력가로 대치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마 위의 고기」처럼 공매결정이 내려져 대기상태에 있는 것들이 있다.
산은의 출자관리기업체로 있다가 민간에 불하되어 경영주체가 변경된 것은 「유니언·셀로판」공업, 광업제련공사, 요업 「센터」, 대한염업 등 4개 업체다.
주식액면 19억 6천 1백만원의 「유니언·셀로판」은 액면가액대로 3년 거치 7년 상환에 연이 12%조건으로 서울통상에, 광업제련공사는 11억 1천 7백만원(지산 재평가 제주식 액면 5억 9천 4백만원)에 8년 균분 상환연리 12%조건으로 금성사와 대한전선(각 50%)에 넘어갔다.
또한 요업 「센터」는 주식당면 20억원과 같은 값에, 4년 거치 8년 상환 연리 12%조건으로 대림산업이 인수했고, 대한염업은 주식액면이 14억원인데 화성사가 9년 균분상환 연리 12%조건으로 17억원에 불하 받았다.
이 4개 업체는 모두가 대규모 독과점 기업이며 광업제련과 대한염업은 계열사 또는 유이업종회사에 흡수되었으나 「유니언·셀로판」은 가발 전문회사가, 요업 「센터」는 건설회사가 맡았다는 점에서 경영의 다각화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담보물처분으로 정리된 2개 사는 삼양수산과 신 「필름」인데 69년에 부실기업으로 정비됐던 삼양수산은 「스크랩」화 되어 어선과 어패는 12억 5천만원에 수산개발공사로 팔려갔고 나머지 담보부동산은 공매되었으나 제일은행에 10억원이상의 결손을 안겨주었고 영화사로 성장하던 신 「필름」은 상업은의 채권회수로 정리되고 말았다.
「시멘트」업계의 선두를 달리던 대한양회는 자산이 34억 9천만원이나 부채 28억 4천만원(차관포함)에 달해 제일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원풍산업으로 6억원에 팔려갔고 관리지체 중 유일한 법정관리해제업체인 동양고무산업은 서울은행의 법정관리(법원위임)를 받다가 경영이 호전되어 관리가 해제되었다.
대한양회의 경우 소경영주인 이정림씨는 시설과잉으로 불황에 허덕이는 「시멘트」업계를 떠나 새로 유화학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업종전환의 길을 택하고있다.
산은의 일반관리업체인 조선수산수출은 2차에 걸친 공매에 응찰자가 없어 같은 산은의 지주관리업체인 종합품뭄이 1억 1천만원(3천 4백만원은 일시불, 나머지는 3년 거치 5년 상환에 연리6%)에 수의계약으로 인수했다.
이밖에 기업합리화위원회는 삼호방직, 내외방적, 삼성제당 등 3개 업체를 공매키로 결정한 바 있어 이들 업체의 경영주체변경이 불가피하며 이와는 별도로 산업은행은 성업공사를 통해 대명광업의 공매를 서두르고있고 지주관리업체인 한영공업의 주식불하를 추진하고있다.
삼해와 내외방적은 부실기업으로 정비되어 사채까지 투자로 전환된 바 있으나 다시 공매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한영공방은 국내의 「롯데」계가 인수교섭을 벌이다 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 미국의 「하버드·컴퍼니」가 인수교섭을 현재 진행중이다.
은행은 채권확보를 위해 관리중인 기업체정리 뿐 아니라 정부의 시은민영화 방침에 따라 1개 은행의 경영주체가 우선 변경될 단계에 이르렀다.
특기 할만한 사실은 지방은행으로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부산은행이 시은민영화를 계기로 전국은행의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은행의 대형화를 위해 국민·중소기업·주택은행 등 3개 은행의 통합이 검토되고 있기도 하며 이 세 은행의 통합은 원칙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여기에 곁들여 정부는 금융기관의 불건전대출을 정리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를 강구중이다.
즉, 은행이 결손을 보더라도 담보물을 시가대로처분하고 그 대신 담보물정리로 발생한 결손은 수지개선방안으로 보전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사실상 기업이 담보로 제공한 토지·건물·시성 등에 대한 공매촉진방안이 될 것이므로 기업재편의 움직임을 더 확대시킬 것이다.
인천제철처럼 적자누적과 건설계획의 차질로 단 한푼도 받을 수 없는 기업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담보물을 시가이하로 팔아 은행의 결손을 가져오고 염가매각으로 감독 또는 감사기관에 저촉되는 요인이 제거된 만큼 은행관리기업체 빚 부당기업의 재편은 다른 어느 때보다 촉진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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