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안고 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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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모산 참사 1주년. 수학여행의 꿈에 부풀었던 46명의 어린 넋이 깃들인 경서 중 교정은 이른 아침부터 또 한번 슬픔에 잠겼다.
희생학생들의 부모·졸업한 동료부상학생·당시의 담임 등 1백여 명은 작년 수학여행길에도 피었던 국화와 갈대를 한아름씩 안고 이날 아침 8시부터 학교에 나와 교정 안팎을 들러 보며 못다 피고 진 어린 넋들을 말없이 달래며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된 김영웅 군(당시 3학년 4반)의 어머니 오한이씨(43)는『영웅이는 엄마·아버지 말을 한번도 거역하지 않고 착하게 자랐었다』고 회상, 좋아하던 사과·빵·사탕을 무덤에 갖다 주겠다면서 보따리를 품에 안고 눈시울을 적셨다.
사고에 인책, 교단을 떠났던 당시의 3학년 3반 담임 조정희씨(33)도 1년만에 학교에 나와 부모들에게『접니다』며 인사를 나누었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학부모와 졸업생·재학생대표들은 이날 정오 김포군 김포면 감 정리 고려공원묘지에 안장된 46명의 희생학생 무덤 앞에 모여 조촐한 추도식을 가졌고 무덤까지 못간 재학생들은 학교에서 묵념을 올리고 추념의 글을 지었다.
추도식은 희생자 유족의(회장 국채환·46) 장학회가 처음으로 뽑은 장학생 안영운 군(3학년5반)등 6명이 제주가 되어 봉원사주지 조도엄 스님 등의 독경 속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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