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1)약의 고마움-최종인<성대약대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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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05년 독일의 젊은 약사 「제르튀르너」가 양귀비의 미숙 열매에서 「모르핀」을 분리한 것이 생약에서 그 약효성분을 화학적으로 추출하는 시초가 되었는데 그 당시 수년 동안은 학술적인 평가도 받지 못하고 조소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으나 이것이 식물성분학의 효시였다. 그 뒤 협근에서 「에메틴」 마전자에서 「스트리히닌」 등이 분리되었으며 1820년에는「펠레티어」와 「카벤토우」의 두 약학도의 손으로 규나피에서 유명한 「키니네」가 분리되어 생약이 현대 의학에서 치료학적으로 그 약효를 인정받게된 의약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최근 여러 가지 자연 동·식 및 광물에서 무서운 질병을 치료하는 좋은 약들이 무수히 분리 제조되고 있으며 또 화학적 방법으로 수백 수천 가지의 좋은 의약품이 합성 제조되고있다.
이들 약의 덕택으로 우리 인간들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차츰 해방되어 가고 있으며 사망률도 현저하게 낮아져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가고 있다. 10월 10일은 제15회 「약의 날」. 이날을 맞아서 해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벌여온 대한약사회는 올해에도 약에 관한 계몽 등 여러 가지 행사를 벌이고있다. 참으로 좋은 일이며 뜻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들 행사에서는 해마다 약의 오용 내지 남용을 하지 말자는 것을 강조하고있고, 또 「매스컴」을 통해서도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남용·과용하면 해롭다는 것을 계몽하고있다. 참으로 지당한 말이며 계몽의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오용 또는 남용에 대한 계몽이 너무 지나치면 약에 대한 상식이 전무한 대중들이 약의 고마움보다 약에 대해서 공포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약이 일반상품과 구별하여 전문가인 약사만에 의하여 취급 판매할 수 있게끔 법에 규제되어 있는 것은 약의 오용·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약의 부작용 등을 너무 지나치게 무서워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라는 격이 되기 쉽다. 약은 제대로 쓰면 고마운 것이며, 이 점도 계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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