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군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육군 당국은 지난 5일 새벽에 일어났던 현역군인들의 고려대학교 난입사건에 관련하여 수도경비사 예하 제5헌병대대의 최동수 소령 외 22명(장교 16명·사병 6명)의 장병들을 영내에 감금하고 이들이 사령관의 명령도 없이 부소한 병력을 무장출동 시킨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그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을 군법회의에 회부할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편 이미 중대한 정치문제로 화한 이 사건에 대해 유 국방은 국회국방위에서의 증언을 통해 『군이 신성한 학원에 들어간 것은 잘못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문교부장관을 통해 군의 행동을 구두로 사과했다』고 밝혔으며, 또 고대 김 총장도 『국방부와 수도경비사로부터 불법난입에 대한 사과를 받았다』고 언명함으로써 사태는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수습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거나 우리 나라의 장래를 양어깨에 걸머진 중요한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 집단과 군대 사이에 벌어진 이번과 같은 사건은 자칫 국기를 뒤흔들 만큼 위험한 사태를 발생케 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므로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피차가 깊은 반성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절대로 그러한 사건이 재발하는 일이 없기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대저 이번 고대난입사건에서처럼 현역군인과 대학생이 충돌하는 사건은 어째서 생겨나는 것일까? 유 국방은 그 배경상의 원인으로서 ①최근 시내 몇몇 대학에서 교련반대 운동이 교관단 축출요구 등 실력행사로 번져 군인들의 감정을 자극했고 ②고대학생 「서클」이 난입한 군인들의 직속상관을 모욕하는 벽보를 붙인데 대해 이 군인들이 격분했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사유를 들었다.
우리의 견해도 유 국방의 견해와 같은데, 교련반대 운동이 교련제도에 대한 반대에서, 상사의 명을 받고 학원에 파견되어 근무중인 현역군인 교관단에 대한 기피로 변질했고, 또 학생들의 사회조리에 대한 규탄운동이 특정 군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나타났으므로 혈기왕성한 일부 군인들이 격분을 참지 못하고, 또 전후를 깊이 생각지 않은 채 학원에 난입하여 불행한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학생들이 교련반대운동을 벌인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교련제도에 대한 개혁의 요구이지 결코 상사의 명에 따라 임무수행중인 교관단에 대한 개혁의 요구이지 결코 상사의 명에 따라 임무 수행중인 교관단에 대한 감정적인 도발이 되지 않아야 하며 또 사회부조리를 규탄하는 운동이 특정 군인에 대한 모욕으로 나타나지 않아야만 군인들의 감정을 자극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대학생들은 잘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지적인 「엘리트」가 되기를 자처하는 대학생들과 현재 국가방위의 간성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군인들이 서로들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반목·질시하고 대립하는 이상으로 우리 국가사회에 해롭고 불행한 일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60년대 이후 우리 나라에 있어서 사실상 최대의 압력단체로 등장하게 된 학생단체와 군이 대립하고 충돌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고, 또 가장 젊고 생기 있는 두 개 특수 사회집단의 대립으로 말미암아 우리 국가의 「에너지」는 헛되이 소모되고 결국 조국은 스스로가 묘혈을 파는 결과를 가져오겠기 때문이다.
징병제에 기초를 두고 있는 우리 국군은 각계각층의 국민의 자제들이 한번은 몸을 담고 복무해야 될 전국민적 조직이요, 지금의 대학생들도 재학중, 혹은 졸업 후에 반드시 한번은 거쳐 나가지 않으면 안된 관문이기 때문에 군과 학생 사이에는 원칙상 대립이 있을 수 없다. 그뿐더러 군과 대학은 서로들 그 맡은바 임무나 사명을 존중하면서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상부상조해 나가야 한다.
이번 고대사건처럼 군인과 대학생이 편견이나 오만, 혹은 오해 때문에 부분적인 충돌을 벌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조국의 오늘과 앞날을 우려하는 공동한 충정에서 신속히 해소되고, 화해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조성되고 있는바와 같은 군과 대학생의 대립·충돌 사태에 대해서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김일성도당임을 직시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항의 「데모」가 군인의 감정을 자극치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요, 정부당국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군인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군기를 확립하고,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두텁게 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