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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심술부린 날씨 … 쾀바이, 그래도 올 최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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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임스 킵상 쾀바이(케냐)가 국제엘리트 부문에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 쾀바이가 세운 2시간6분25초는 올해 국내 대회 최고 기록이다. [김형수 기자]

울긋불긋 색색의 옷을 입은 1만7000여 마라토너들이 3일 서울 잠실~경기도 성남 순환코스에서 열린 2013 중앙서울마라톤을 단풍처럼 수놓았다. 가장 앞에서 무리를 이끈 챔피언은 2011, 2012년에 이어 올해도 케냐 출신의 제임스 킵상 쾀바이였다. 쾀바이는 2시간6분25초로 우승 상금 5만 달러를 차지했다.

 쾀바이는 38㎞ 지점을 지나면서 마크 코릴(28·케냐)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40㎞ 지점을 지날 때 코릴과 격차를 70m가량 벌렸다. 쾀바이는 막바지까지 한 치도 흔들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2위 코릴(2시간7분8초)을 43초 차로 따돌리고 가장 먼저 골인했다. 그는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출전 기회를 얻어서 감사하다. 함께 훈련한 동료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코릴이 함께 뛰어주었기 때문에 나도 더 잘 달릴 수 있었다”고 후배 마라토너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사실 쾀바이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대회 신기록(2시간5분50초)을 경신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5~10㎞ 구간부터 14분대로 초반부터 피치를 끌어올리며 역주했다. 케냐의 후배 마라토너 제이콥 켄다골 키플팅(29)과 체벳 에반스 키플라갓(25)은 30㎞ 지점까지 쾀바이 바로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며 달리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쾀바이는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그는 “날씨가 추웠고, 레이스 막판에 맞바람이 불어서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서울엔 옅은 안개가 끼었고 기온은 8.3도였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습도가 92%에 이르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인하는 국제 마라톤대회에 처음 출전한 코릴은 쾀바이와 보조를 맞추며 레이스를 전개한 끝에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코릴은 “38㎞ 지점에서 쾀바이를 따라갈 것인가 고심했다. 난 그동안 페이스 메이커로 30㎞만 뛰었다. 첫 풀코스 도전이기 때문에 내 페이스를 지켰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아지즈(28·모로코)는 2시간7분55초로 3위로 골인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13분54초)을 6분 가까이 당겼다. 아지즈를 제외하고 1~6위 중 5명이 케냐 선수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쾀바이 2시간6분25초 3연승
38㎞서 동료 코릴 제치고 독주
1~6위 중 5명이 케냐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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