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완주한 미 2사단 포병 18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미8군 2사단 포병중대 장병들이 마라톤 출발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3일 오전 8시 검정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외국인 십수 명이 출발선에 들어서자 주변의 눈길이 쏠렸다. 경기도 동두천 미군 2사단 210화력여단 1-38 포병대대 알파 중대원들이다. 왼쪽 가슴에는 부대 구호인 ‘lightning strike(번개 타격)’란 글귀를 새겼다. 다연장 미사일포(MLRS) 사격을 담당하는 알파 중대 18명은 이날 단체로 중앙서울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중대장 로버트 아울레타(27) 중위는 지난 7월 동료 한국군 장교로부터 중앙서울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대 친목을 다질 기회라 생각하고 곧바로 참가자를 모았다. 중대장의 제안에 부대원이 흔쾌히 동참했다. 로버트 중위는 “수십㎏의 탄약을 맨손으로 옮겨야 하는 포사격 특성상 체력이 중요하다. 부대원들과 함께 훈련하며 체력과 전우애를 키웠다”고 말했다.

 훈련은 라엣 매시(30) 중사가 담당했다. 풀코스를 다섯 차례나 완주한 매시 중사의 주도로 부대원들은 일요일 아침마다 동두천 신천 길을 따라 5시간씩 뛰었다. 전우들이 훈련에 지칠 때마다 분위기를 돋운 건 제임스 얀다(32) 하사였다. 그는 “5시간 이내에 완주하면 부대원들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매슈 곤잘러스(19) 일병은 출발 전 “마라톤 첫 도전을 동료와 함께 뛰어 기쁘다. 군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도전에는 카투사 이지훈(21) 일병도 함께했다.

 이날 알파중대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이는 3시간30분을 기록한 크리스트 베탕세스(24) 병장이었다. 중대원들은 로페스 달튼(20) 일병이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밟을 때까지 모두 현장에 남아 부대 구호를 외쳤다. 전원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알파중대는 대대장 도널드 포토지니 중령이 약속한 포상휴가를 받게 됐다.

글=장혁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