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잘 쇠었습니까" 남북적3차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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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문점=최규장 기자】『추석 잘 쇠었나요.』『산소에 갔다왔죠.』추석인사로 만난 6일의 판문점은 낮12시47분부터 20분 동안 한때 잔치가 벌어졌다. 이날 북괴 측의 제의로 잠시 쉬는 동안 양측대표들은 북괴경비병 휴게실에서 맥주·오미자「시럽」등을 나누면서 이야기에 꽃을 피웠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측 김연주 대표는 비단옷감 5벌·과자5상자를 북 적 대표에게 선물, 『부인들과 어린이들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뜻하지 않게 추석선물을 받은 북 적 대표들은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대표들이 만난 휴게실 밖에서도 북괴 측 기자들이 맥주와 사과를 내놓고 우리측 기자들에게 권하는 등 잠시 질서를 잃을 만큼 혼잡을 빚었다.
북 적 측의 제의로 쉬는 동안 우리대표들은 북 적 김태희의 안내로 회의장 서쪽에 있는 북괴건물인 경비병휴게실로 갔는데 우리측 김연주씨는『서울과 평양에서 만납시다』며 인사했다.
대표들이 어울리자 1백여 보도진이 몰리는 바람에 휴게실은 거의 난장판이 되었으며 과일이 얹혀있는 탁자 위까지 마구신발을 신은채 딛고 올라가 사진을 찍는 등 법석을 덜어 수행원·안내원들이 어리둥절했다.
북 적 김태희는 우리측 여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정희경 대표를 자기 앞으로 안내, 김연주 대표가 꺼낸 맥주로 건배했다.
한편 이날 판문점에는 우리측에서 4명의 여 기자들이 나가 북괴 측 여기자2명과 잠시 대화했다.
북괴 여기자들은 30대로 하늘색 꽃무늬가 박힌 통치마와 미색저고리, 한 사람은 흰 저고리 고동색치마를 입어「바바리·코트」에 「미니」를 입은 우리측 여기자들과 좋은 대조를 보였고 우리측의 사진「포즈」요청에는 슬슬 피했다.
남북 여기자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아기는 몇입니까?
▲북=불입니다. 댁은?
▲남=하나입니다.
▲북=딸입니까?
▲남=아들입니다.
▲배=이렇게 판문점에 나오면 아기는 누가 봅니까?
▲남=할머니가 보지요.
▲북=할머니가 없으면 누가 봅니까?
▲남=가정부가 보기도하고 친척이나 식구가 보지요.
▲북=우리는 국가에서 무상으로 봐줍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보니 「프랑스」 나 미국에서 온 사람같이 생각됩니다.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 한국 여성 같은 느낌이 안 듭니다.
▲남=어머, 그러세요. 난 서울에서 친구를 만난 기분과 똑같습니다. 그쪽에는 신문사가 많습니까?
▲배=많습니다.
▲남=신문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합니까?
▲배=알선으로 들어갑니다.
▲남=우리는 공개경쟁으로 들어갑니다.
▲배=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남=떨어지면 다른 회사에 가거나 결혼하거나 자유입니다.
▲배=(다른 우리측 여기자에게) 댁은 아기가 몇입니까?
▲남=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읍니다. 다음 오실 때 북쪽에서 좋은 총각을 한사람 데려와 주세요(폭소). (옆에 있던 북쪽의 남자기자가) 데려오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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