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과외」양성화 한달 그 문제점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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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가 학생들의 실력향상과 교사들의 후생 및 음성적 과외수업으로 빚어지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지난9월1일부터 전국 중·고교에 허용한 교내 과외수업양성화 계획은 시행한달 만에 숱한 착오가 생기고 있다. 서울에만 하더라도 문영 여중에서 한 학생한테 1만원씩을 받고「그룹」지도를 하다가 발각되어 해당 유모교사가 파면되고 교장·교감과 관련교사 4명이 징계위에 회부된 것을 비롯, 당국에 의해 적발된 학교만도 대신고교, 도봉·성암여중 등 10여개 학교에 이르고 있다.
적발되지 않고 있는 학교의 일부도 과외수업을 학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동의 서를 반 강제로 받아 실시하고 있는가 하면 밤늦게까지 과중하게 수업을 강행,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비난을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 사이에서는 과외교과시간의 심한 격차로 담당시간이 적은 교사들은 수당이 적어 불평을 하는 등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교부가 과외수업 양성화방안을 마련, 실시케 한 본래의 취지는 일류 교를 향해 과열경쟁을 하는 현 실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이 경쟁을 교내에 끌어들여 부작용을 줄여 보자는 데 목적을 두었었다. 말썽 많은「그룹」지도, 학원출입을 막고 학부모들의 극에 이른 과열상태를 식히고 교육비절감과 아울러 교사들의 후생에도 도움을 주려했던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내년에는 3년 전 무시험 진학한 중학3년생이 처음으로 고교입시를 치르게 된 만큼 학교간의 우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과외수업을 양성화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교내과외수업양성화실시 이전에 시내 중·고교 교장회의를 열어 실시에 따른 지침을 시달했다.
이 지침에 의하면 보충수업은 학교장 재량으로 학부모들과 협의를 거쳐 실시여부와 수업비 액수·수업시간 등을 결정토록 했다. 다만 수업비만은 월1천5백원 이내로 하고 금액을 교육감에게 통고토록 했었다. 또 과외수업내용은 어디까지나 정규수업시간에 결여된 것을 보충하는 순수한 의미의 보충수업에만 한 할 것을 다짐하고 「그룹」지도나 특별지도의 사례가 적발되면 해당교사와 교장·교감을 연대 인책키로 했었다.
학원도 재학생의 출입이 적발되면 폐쇄조치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표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음 시도한 대로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위에 보고된 바로는 현재 과외수업을 실시증인 중학교는 시내1백66개중학교의 87%인 1백55개교이교 고교는 1백24개교의 83%인 1백3개교. 이들 학교의 대부분은 과외수업실시여부에 대해 학부모와 직접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실시여부를 정한 후 수업 비를 미리 기입해둔 동의 서를 학생 편으로 학부모에게 전달, 날인을 받아오게 했다. 동의 서에 날인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녀들이『담임교사가 성적에 지장이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등의 반 위협조의 말을 듣고 집에 와서 보채는 통에 도장을 찍어주었다고 말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 D여고 2년 Y양(17) 등 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에서는 동의서조차 받지 않고 보충수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 서울동대문구의 D중·고교는 『학교명예를 위해 학생전원이 과외수업에 참가, 내년 입시에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면서 전학생이 과외수업을 받도록 강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의서는 학교에서 감사를 받을 때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변명하기 위한 자료로 준비하고 있는 실정.
또 과외수업시간에 영·수 과목에 한해 정규수업시간처럼 편중수업을 실시하고 있어 과외수업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고 학생들은 말하고 있다.
특히 수학과 물리과목에는 3백원 내외의 부교재까지 억지로 사게하여 학부모들은 2중 부담을 지고 있다. 서울시교위에 의하면 올 들어 적발한 무인가 학원은 모두 5백62개소. 이중 문리계 학원은 2백28개소로 인가 화된 52개소의 4배를 넘고있다.
이들 무인가 학원은 과외수업양성화 후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원강사들은 재학생수강자가 줄어들어 강사들의 수입이 줄어들자 비밀학원을 가정집 등에 따로 차려 종전에 자기가 가르치던 재학생을 모아 「그룹」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 서울성북구 S도서실, 서울 시민회관 뒤 당주동 골목 주택가, 서대문구의 K무용학원, J여중 앞의 미술학원 등 위장간판을 달거나 주택가 깊숙한 곳에서「그룹」지도가 성행하고 있다.
학생수가 10명 이내면 한 학생한테 2만∼2만5천원까지 받고 있다는데 강사들의 수입도 월30만원 가량이라고 학원협회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서울시내 S학원 김모 강사는 수강생이 줄었다고 9월 한달 동안 20일밖에 강의를 않는데다가 하루 4차례의 강의를 두 번으로 합반하는 등 학원강의를 소홀히 하다가 1백여 수강생이 집단농성을 벌이는 등 사설 학원 가는 어수선하다.
학부모들의 2중 부담을 덜고 학원을 정상화하려는 당국의 양성화 계획은 2중 부담을 덜기는 커녕 이같이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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