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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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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 여기서 갈린 승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6회 말 2-2 삼성 공격 때 3루주자 정병곤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두산 이원석의 송구가 정병곤의 오른팔을 맞고 1루 측 더그아웃까지 굴러가는 바람에 삼성이 4-2로 역전했다 [대구=뉴스1]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는 끝까지 가서야 끝을 본 승부였다.

 삼성이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7차전에서 7-3으로 승리, 통산 여섯 번째 KS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KS 전적 1승3패 사례는 열세 번 있었고 이들은 모두 졌다. 그러나 삼성은 절대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을 이뤄냈다. 이로써 삼성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프로야구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 우승(정규시즌·KS)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4위 팀으로는 사상 첫 KS 우승을 향해 진격했던 두산은 아쉽게 멈췄다. 포스트시즌(PS) 내내 선전했지만 마지막 4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2007년 KS에서 SK에 2연승 뒤 4연패를 당했던 두산은 또다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삼성 선발 장원삼과 두산 선발 유희관은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웠다. 그러나 둘 모두의 주특기인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쉽게 잡지 못해 고전했다. 두산은 1회 초 이종욱의 2루타와 김현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삼성도 1회 말 1사 만루 반격에서 박석민의 희생플라이로 1-1을 만들었다.

 두산은 3회 초 1사 만루에서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삼성은 5회 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이승엽의 적시타로 동점에 만족해야 했다. 여러 차례 찬스가 있었지만 누구도 달아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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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이 승부를 내지 못하자 하늘이 승패를 갈랐다. 삼성은 2-2던 6회 말 정병곤·박한이의 안타와 채태인의 고의볼넷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4번타자 최형우가 날린 타구는 힘없이 굴러갔다. 두산 3루수 이원석이 잡아 홈으로 뿌렸다. 이원석의 송구는 홈 슬라이딩을 하는 정병곤의 오른팔을 맞고 1루 측 두산 더그아웃 앞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박한이까지 득점해 4-2가 됐다.

 포수 양의지가 조금 옆에서 포구동작을 취했더라면, 이원석이 조금 더 정확히 던졌더라면 정병곤을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둘을 탓하기엔 두산이 날린 찬스가 너무 많았다. ‘신의 손’ 덕분에 역전한 삼성은 박석민과 김태완이 2루타를 추가해 7-2까지 달아났다.

 최종전까지 이어진 이번 KS는 반전을 거듭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5경기, LG와의 PO 4경기 등 9경기 모두 접전을 치른 두산은 많이 지쳐 있었다. 정규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뒤 3주를 쉰 삼성과 비교하면 부상 선수도 많았다. 그러나 두산은 믿기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대구 1·2차전을 모두 승리했다. 특히 2차전 연장 13회에선 두산 오재일이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결승홈런을 쳐내며 기세를 올렸다.

 삼성은 3차전 선발 장원삼의 역투를 앞세워 3-2로 승리, 반격을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두산은 선발 이재우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4차전을 2-1로 잡았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두산은 KS를 곧 끝낼 것 같았다.

 두산은 쓰러진 삼성의 숨통을 끊지 못했다. 삼성은 타선이 살아나면서 5차전을 7-5로 이겼다. 두 차례 동점 상황이 있었지만 두산은 6, 7차전을 대비해 투수들을 아꼈다. 두산은 6차전에서 정수빈과 최준석의 홈런을 앞세워 줄곧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선발 니퍼트를 계속 믿었다가 6회 채태인에게 역전포, 7회 박한이에게 쐐기홈런을 얻어맞았다. 두산이 투수들을 계속 ‘저축’하는 동안 삼성은 장원삼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대출’하듯 당겨썼다. 결국 벼랑 끝에서 총력전을 이어간 삼성의 힘이 조금 더 셌다.

 한편 KS 7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엔 만원관중(1만 명)이 들어찼다. 이로써 KS는 통산 38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 PS 16경기 누적 관중은 29만85명, 누적 수입은 92억36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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