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문에 걸린 중국대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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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 개막된 26차 유엔총회는 중국대표권을 둘러싸고 운영위서 처음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총회에 중공가입이 실현되어 자유중국이 유엔에서 추방될 것인지 미국·일본을 비롯한 친 자유중국파가 자유중국의석유지에 성공할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 유엔 총회운영의 방향이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중국대표권의 방향을 결정짓는 본격적인 토의는 27일부터의 일반적인 토론연설이 끝난 뒤 오는 10월중순께부터 상정될 것으로 보이나 이에 앞서 개회벽두부터 벌어질 치열한 전초전에서 대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대표권문제는 지금까지 중공의 유엔 가입을 골자로 한 알바니아 안을 중심으로 심의돼왔으나 금년에는 미국이 스스로 역 중요사항 지정안을 들고 나와 유엔에 중국대표권 토의를 신청하여 중국문제에 대해 두개의 의제가 상정되게됐다.
총회벽두의 의제채택에 있어 이들 두개의 의제가 따로 토의될 경우 알바니아 안이 먼저 상정되어 가결되면 미국의 역 중요사항 지정방식은 의미를 잃게된다. 따라서 총회의제를 선정하여 보고하는 일반위원회(운영위)의 움직임을 비롯, 총회의장이 어느 쪽에 동정적인 의사진행을 할 것이며 신임장위원회에서 자유중국대표의 신임장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친 자유중국계가 넘어야할 고비로 되고있다.

<의장의 재량권문제>
매년 총회벽두에 선출되는 의장은 의사의 진행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 중국문제를 두고 새로 선출된 인도네시아의 아담·말리크 의장이 어떠한 색채의 인물인지가 당연히 관심의 초점이 된다.
말리크 의장은 인도네시아의 대미·대소 및 중공과의 미묘한 관계에 겹쳐 의장으로서의 중립성사이에 끼어 어느 쪽에도 치우친 색채를 드러내지 못할 입장에 처해있다.
그러나 중국대표권문제를 두고 엄정 중립을 지키기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의장이 소란해져 의장이 재량권을 발동할 경우를 생각하면 의장의 재량권이 어느 한쪽에 유리한 분위기로 이끌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제 채택의 문제>
또 25개국의 대표로 구성되는 일반위원회가 신청된 의제를 심의하여 채택하는 과정이 미·알바니아 안의 전초전의 중핵을 이룰 것은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위원회는 17명의 부의장, 7개 주요위원회, 위원장과 총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된다. 따라서 이들 위원단 중의 중공·자유중국과의 비율이 문제가 된다. 특히 이번에는 알바니아안과 더불어 미국 안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의제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지 가늠하는 데서부터 공방전이 치열해 지고있다.
미국은 이미 22일 일반위원회의 의사일정 심의에서 알바니아안과 미국 안을 일괄토의하자고 주장하여 이에 반대하는 알바니아와 불꽃튀는 접전 끝에 서전에서 패했다.
그런데 22일 구성된 일반위원회는 양파가 팽팽하여 친 자유중국 파의 낙관을 어렵게 했었다.
즉 벨기에 그리스 에이레 미국 자유중국 일본 필리핀 코스타리카 베네쉘라 등이 미국 안에 동조할 것을 표명하고 있는데 대해 나이지리아 잼비아 수단 시에라레오네 헝가리 남 예멘 소련 불가리아 핀란드 등은 알바니아 안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7개국의 태도인데 이중 인도네시아는 의장국이므로 논외에 들게되므로 영국 프랑스 페루 자메이카 키프로스의 향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4개국의 성분을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다분히 친 중공 적인 색채가 있어 미국 안 지지파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임장위원회문제>
친 자유중국 파가 넘어야할 또 하나의 고비가 신임장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유엔총회출석대표단이 정당한 신임장을 소지하고 있는지 심의하는 기구이다.
지금까지는 미·소 양국과 유엔사무국이 협의하여 위원 국을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친 자유중국 파 5개국, 친 중공 파 3개국, 중립1개국의 비율로 구성돼왔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도 이 비율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렵게됐다. 만약 이 비율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자유중국대표의 신임장은 중국을 대표하지 않는 정권의 신임장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된다.
따라서 매년 신임장위원회에서 자유중국의 대표권에 대한 이의가 별탈 없이 처리돼왔으나 이번에는 이 이의를 처리할 위원회의 구성이 주목되고 있다.<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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