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요구한 지상파 "광고 감소"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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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 여부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중간광고 및 광고총량제 허용’을 강도 높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현재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중간광고 허용을 말한 적은 없지만 이를 포함한 방송광고발전종합계획을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의 모순=지상파 3사는 광고 규제 완화의 근거로 광고 매출 급감을 꼽는다. 하지만 본지가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지상파 3사(지역MBC, SBS네트워크 민방 포함)의 광고판매액은 2009년 1조8000억원, 2010년 2조1000억원, 2011년 2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상파들은 특히 본사 매출만을 내세우고, 계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매출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기준 방송광고 총 판매액은 3조7000억원가량. 그중 지상파 3사와 KBS드라마·SBS스포츠·MBC드라마 등 계열 PP의 광고매출을 모두 합하면 2조7000억원이다. 전체 방송광고 시장의 72%에 이른다.

 실제로 지상파 계열 PP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5년 1455억원이었던 광고매출액이 2011년 4353억원으로 299% 급증했다. 6년간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홈쇼핑을 제외한 일반 PP의 광고매출은 44%(5444억원→786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광고에 수신료 등을 더한 방송매출 사정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계열 PP 16개 채널이 거둔 방송매출은 7912억원으로, 전체 174개사 PP의 방송매출 합계 2조5194억원의 31%를 차지했다. JTBC·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4개사의 매출 합계 2264억원보다 3배 이상 큰 수치다. 지상파 계열 PP의 채널 수도 2011년 14개, 2012년 16개, 2013년 18개로 매년 늘고 있다. 민영미디어렙이 등장하며 지상파 본사와 계열 PP의 광고를 묶어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지상파 방송들의 방송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너지는 방송생태계=현재 유료방송에 허용된 중간광고는 통상 1분 동안 15초짜리 광고 4개가 나온다.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오후 9~11시 방영되는 인기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보통 15초 광고단가는 1000만~1500만원이다. 케이블의 경우 아무리 높아도 15초에 100만원 내외다. 이것만 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15초당 단가가 2000만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3사가 하루에 1분짜리 중간광고를 세 차례씩 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총 2600억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른 PP들 평균 광고매출의 38배에 해당한다. 성낙용 한국케이블TV협회 콘텐트국장은 “방송광고 시장 파이는 줄어드는데,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일반 PP는 모두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남대 주정민(신문방송학) 교수도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된다면, 유료방송에 직격타가 된다”고 비판했다.

 ◆"시청자에게 피해 돌아가”=현재 지상파방송은 광고 유형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 60분 프로그램 기준으로 ▶프로그램 광고 6분 ▶토막광고 3분 ▶자막광고 40초 ▶시보광고 20초를 합쳐 최대 10분까지 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총량제가 허용되면 10분 동안 어떤 형태의 광고도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같은 60분 이상의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60분당 프로그램 전후와 중간에 15초짜리 광고를 최대 40개까지 방송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현재 전국의 지상파 38개사가 사용하는 주파수를 경매 가치로 환산하면 6조원 가까이 된다. 강릉원주대 고민수(법학) 교수는 “공익을 위해 무료로 준 주파수 사용 권한을 광고 증대에 쓰게 되면 결국 피해는 시청자 몫”이라고 지적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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