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영파고속 대만의 암중모색-닉슨 중공 방문의 역경 국부의 외교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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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너드·프래프」지=지난 20년 중 심한 외교상 곤란을 최근에 겪은 중화민국은 현재 그와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7월 「닉슨」 대통령이 북평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발표는 대만측으로서는 기상천외의 타격이었다. 따라서 8월에 있은 「로저즈」 국무장관의 중공 유엔 가입 지지성명은 이미 그때부터 예측되었던 것이고 대북은 이에 신랄히 반발했다.
지난 6월 장개석 총통은 국민들에게 중화민국은 금년 안에 많은 고난과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바 있다.
주서해 외교부장은 중공이 중화민국을 그의 맹방들로부터 이간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하고, 국부의 주된 노력도 이러한 중공의 시도를 분쇄하는데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화민국은 북평 정권을 승인한 나라들과는 즉시 국교를 단절했던 과거와는 달리 중공을 승인한 나라일지라도 국교 관계는 유보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교대사도 과거의 즉시 철수와는 달리 비록 비우호국가일지라도 가능한 한 오래 주둔시켜 두고 있다.
이러한 예는 채비주 「리비아」대사가 「리비아」의 「모아메르·카다피」정권이 중공을 승인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폴리」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만의 주산업은 무역업이므로 무역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정부 관리들은 이들과의 상역 관계는 계속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이를테면 작년에 중공을 승인한바 있는 「캐나다」 「이탈리아」와의 상역 관계의 지속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대만을 전폭적으로 승인하고 있는 유럽 국가는 「스페인」 「그리스」 뿐이지만 유럽에서도 무역 확대 계획을 추진중이다.
3명의 각료급 경제 사절단이 이미 지난달 남미로 떠나 과거에는 대만과 별반 관계가 없던 국가들과의 접촉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경제 사절단은 이외에도 대만의 유엔 전략을 유의,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의 중국 대표권 문제 처리에 있어 이들 국가들이 대만에 대표를 던지도록 상역 회담을 병용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 어떤 조처를 취할지는 아마 그때까지 미지수로 남게될 것이다.
대만 정부는 그들의 유엔 총회의석과 안보리의석의 유지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정했다. 그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인가는 그 의제가 어떻게 제기되며 투표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소식통들은 중화민국 외교부가 각각 특별한 경우에 대비한 10수 개의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일 유엔이 중공만을 회원국으로 인정하자는 안을 받아들일 경우에도 중화민국정부는 이 국제기구에서 스스로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이 유엔에 남아 있는한 중공은 유엔가입을 거부하리라는 것을 대만정부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화민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공이 유엔에 들어 있게 된다면 자기들은 유엔을 떠나는 길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해 왔다.
중화민국은 유엔으로부터 타의에 의해 추방되거나 명목상의 회원국으로만 남게 되는 수모를 견딜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능성이 내다보이는 일이지만 중공이 유엔 안보리의석을 차지할 경우 중화민국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총회로부터는 추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강력히 지켜오던 안보리의석을 뺏긴다면 스스로 유엔을 탈퇴해 버릴지도 모른다.
중화민국정부가 「닉슨」의 중공 방문에 관해서 별로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여행이 그들에게는 외교적 위협일 뿐만 아니라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간절히 「닉슨」의 중공 방문을 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은 그들 정부를 위협하는 국제관계 중 그 어떤 것보다도 성공시킬 가망이 없는 문제이다. 【대북 AP동화=본사독점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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