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지상심의(5)-요금인상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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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해예산안은 인플레 요소를 만재하고 있다. 소비성 경비중심의 팽창, 그 자체가 곧 인플레 요소인터에 여기에 다시 공공요금까지 오르게 돼있으니 인플레 요소를 만재한 예산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마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에는 거의 예외 없이 『공공요금 인상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귀절이 들어있다.
그러나 마치 『예외』를 합리화하기 위해 삽입된 문구인 것처럼 이 원칙적으로라는 표현은 늘 『예외』에 의해 묵살해왔다. 최근에 그것이 한번 통한적이 있긴 하다. 바로 금년예산에서다. 선거 때문에 모처럼 원칙을 관철해본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해예산에서는 다르다. 다시 『예외』가 『원칙』을 누르게 됐을 뿐 아니라 모처럼 『원칙』을 강행해본데 따른 주름살까지 겹쳐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는 것이다.
공고요금이란 공공요금심사위법의 규제를 받는 가격으로 현재 그 대상에 들어가 있는 것은 철도·체신(우편 및 전신·전화)·전기·제조연초 등 네가지. 그런데 정부는 이 네가지 중 세가지를 올릴 계획인 것이다. 철도사업특별회계예산안에 의하면 화물연임을 19%, 체신사업특별회계에서는 전화가설료를 50%나 올릴 계획이며 별도로 편성중인 정부투자기관예산안에 반영되겠지만 전기요금을 19%아니면 20%인상할 계획이다. 결국 담배만 빠진 셈인데 그것은 값을 올리지 않고도 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고급담배를 더 많이 만들고 질을 떨어뜨리면 값을 올린 거와 같은 효과, 즉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보사업의 내년도 제조연초판매수입은 금년보다 2백42억원, 31.3%가 더 많은 1천14억5천만원, 2백42억원을 더 거둬들이는 비결은 바로 필터담배를 29.4%나 더 판매, 여기서만 2백34억원을 더 거둬들이는 것으로 돼있다. 일반회계세입예산에 금년보다 1백억 원이 더 많은 4백80억원의 전매재익금을 전입키로한 비결도 역시 여기 있는 것이다.
담배의 이같은 간접인상 수법은 어제오늘 시작된게 아니다. 벌써 몇년째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그 폭이 엄청나게 커졌다. 즉, 올해만 해도 제조전초판매수입은 14.3%밖에 늘지 않았다. 담배 소비자체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에 넣어야하겠지만 편의상 그것은 무시하고 이러한 판매수입증가를 전부 담배 값의 간접인상이라고 한다면 올해의 14.3% 인상에 이어 내년에는 31.3%를 올리는 셈이다.
공고요금인상으로 정부가 더 거둬들이게 될 국민부담은 철도25억원, 체신32억원, 전기1백40억원 등 3가지 양성화된 것에서만 2백억원, 여기에 담배까지 합치면 무려 4백50억원에 가깝다.
공고요금인상의 구실은 언제나 그럴싸하다. 철도의 경우는 고속도로 때문에 여객수입이 내년에는 51억원이나 감소될 전망이며 그렇기 때문에 화물운임 인상으로 보충해야겠다는 것이며 체신은 시설확장자금 염출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전기는 기름값 등 연료비가 오른데다가 전기개발자금 염출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구실은 설득력이 없다. 인상구실은 정부가 스스로 배양한 것이며 정부가 뿌린 씨앗을 국민더러 거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철도여객 수입감소가 왜 국민의 책임인가? 철도사업에 고질화 돼있다 시피한 부실경영을 개선, 합리화하는 것만으로 그 정도는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철도료은 이밖에도 내년에 7천만 달러, 2백66억원 상당의 외국차관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또 재정차관예탁금에서 금년보다 53억원이 더 많은 82억원을 장기 차입한다. 그러고도 모자라 25억원 정도를 더 거둬들이기 위해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줄 운임인상을 기어이 단행해야 하는 건지 납득키 어려운 일이다.
체신사업도 엉망이기는 철도와 마찬가지다. 특히 기종 잘못 선택한데다 독점 메이커로부터 비싼 값에 조달하는 탓으로 필요이상의 시설비부담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불합리한 운영을 계속 하는 가운데 전화가설료를 50%나 인상하려는 것은 이만저만 모순이 아니다. 통신사업은 또한 내년도에 1백53억원의 이익금을 낼 계획인데다 이러고도 1만여 회선을 더 증설하는데 필요한 요금조달을 위해 50%나 올려야 할는지.
전기의 경우는 더 한심하다. 전력수요를 잘못 한 탓으로 많은 시설이 쉬고 있는 가운데 민간전력을 엄청나게 비싼 값에 구입하고 여기에 기름값 환율인상을 얹어 요금을 올리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한전은 내년에 90억원의 재정자금을 지원 받는 이외에 금년의 3배가 넘는 1백59억원의 전력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1백40억원을 더 조달해도 이익금은 한푼도 안날 판이다.
20%로는 부족하여 35%이상 40%는 돼야겠다는 것이다. 전력사업은 일대수술이 없이는 계속해서 요금인상으로 꾸려야할 판이다.
공공요금인상의 파급효과는 국민부담을 얼마만큼 증가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물가인상을 선도 해온 것이 우리의 경험이며 따라서 공공요금인상은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인상요인을 기계적으로 반영해야한다면 그것은 이미 『공공』요금 아니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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