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가 개각 설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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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3개각 때 보류된 경제각료개각 설이 27일 낮 느닷없이 나돌아 한때 관가를 긴장시켰다. 개각 설의 진원은 모 경제부처 장관실에서 서랍정리를 한 것과 이날 상오 11시 반 김종필 국무총리와 백남억 공학당의장이 별안간 청와대에 호출된 두 움직임을 연관시킨 것.
청와대에는 김 총리와 백 당의장 외도 김학렬 부총리·오치성 내무·민관식 문교장관과 길재호 당 정책위 의장·차지철 내무위원장·김성두 문공위간사 등이 모여 학원문제와 광주단지문제에 관한 회의를 한 것으로 개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모임이었다고.
회의도중 개각 설이 나돈다는 얘기를 들은 김 총리는 청와대 대변인에게『또 그 소리가 나왔소』하며『당분간 개각이 없을 것으로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공화당의 이른바 4인 체제와 반 4인 체제간에 불협화에 대해 대부분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못마땅해하고 있다.
공화당 내 파벌은 소속의원전체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고 비교적 당 상층부 사람들간의 친소관계, 중요한 일 처리 과정에서의 주체적 역할 등으로 인해 조성된 것.
파벌 색이 비교적 없는 소장의원들은『사고가 연발하고 사회불만이 계속 터지고 있는 이 중대시기에 당내불협화가 노출되고 있으니 창피하다』고 불만들인데 장덕진(영등포 갑), 최돈웅 의원 같은 이는 당 간부를 찾아와『광 정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며 흥분했다고.
김유탁 사무차장도『이 난국에 궁정정치도 아니고…화가나 참을 수 없다』고 당 간부들을 공격.
경제부처의 자료제출이 소홀하다해서 국회재무위에서 말썽.
27일 재무위에서 80여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한 야당의원들은 말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을 가리켜『공화당의원들은 지식이 많아 훤히 알거나 아니면 벙어리들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김창근 위원장은『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브리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야당의원들은『여당의원에겐 브리핑까지 해주면서 국회와 야당엔 자료조차 내지 않느냐』고 정부를 나무랐고, 이중재 의원(신민)은『물품 세에서 만도 TV 등 전자제품은 내리면서 직물 류 등 생필품은 그대로 둔 것 등 배경이 의심스런 세법개정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이 아니냐』고.
박정희 대통령은 27일 하오 투병중인 전 서울대학교총장 최문환 박사와 대학원장 민병태 박사에게 선우연 비서관을 보내 문병.
서울대부속병원에 입원 가료중인 최 박사는 용 태가 좋아져 1주일 전부터 조금씩 걷기는 하지만 말은 아직 하지 못하는데 『건강이 나아지셨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기쁩니다』는 박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다고.
후암동 자택에서 가료중인 민 박사도『잊지 않고 염려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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