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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맥유지도 어려운 육상|한-일고교환경기 전패 원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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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경기를 가질수록 우리 나라 육상계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 22일과 24일 이틀간 일본동경에서 열린 제4회 한-일 고교교환경기대회는 배구·축구 등 구기종목의 우세 속에서 육상만은 1개종목도 여기지 못한 채 참패, 육상의 앞날에 회의를 던져주고 있다.
육상은 매일 20개종 목씩 이틀간 40개 종목에서 일본선수에 무참히 짓눌려 우리 나라 육상계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더욱 2위 입상선수도 대회첫날에 7명, 이틀째에 6명으로 여자 1백m·4백m계주·남자1천5백m 등에서는 우리나라선수가 출전선수 중 최하위에 처지는 등 기록의 수확은 거의 없다고 보겠다.
대회에 앞서 국내육상계는 남자중거리의 오문수, 여자단거리의 홍영숙, 남자높이뛰기의 박상수 등에 약간의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 역시 일본선수와는 현격한 수준 차를 보였다.
고교선수들이 육상계의 내일을 짊어질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 같은 고교육상의 전멸은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금년 들어 네 번째 맞은 한-일 고교대회에서 우리 나라는 제1회 대회에 14개 종목 중 백옥자가 여자투포환에서 이겨 간신히 체면을 지킨 데 이어 제2회 대회 때는 17개 종목 중 7개 종목, 그리고 작년도의 제3회 대회에서는 20개 종목 중 정순화가 여자8백에서 우승, 그런 대로 명맥만은 유지해온 셈이다.
그러나 제4회 대회를 계기로 맞은 육상계의 위기는 육상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 전 체육인, 나아가서는 학교 및 문교관계자까지 다같이 책임을 져야할 문제인 것이다.
관할단체인 육상경기연맹은 해마다 육상중흥을 외치지만 결과적으로 고교를 졸업하는 육상선수는 취업은 물론 진학까지 힘든 실정이며 대한체육회는 7년 전부터 육상을 정책종목으로 잡아 육성시킨다고는 하나 사업을 위한 사업이외에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육상자체가 모든「스포츠」의 기본을 이루지만 문교부나 학교당국자들이 그 육성책을 세우지 않은 채 일부 인기종목에 전념, 육상은 「스포츠」의 고아로 자라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날로 부진하다못해 이제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된 육상계의 부흥을 위해선 전 체육인의 단합된 힘, 그리고 문교부와 각급 학교의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책이 선결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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