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대표 첫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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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임시취재반】분단 26년만에 남북이 대좌했다. 20일 낮 12시「자유의 다리」를 건너 판문점에 이른 대한적십자사 파견 원 이창열·윤여훈 씨 2명과「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 판문점에 온 북한적십자사파견 원 서성철(문화부 부 부장)·염종련(지도 원) 2명은 중립국감시위원회 회의실에서 군사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대좌, 이산가족 찾기 운동 제안문서와 이의수락서한을 교환함으로써 접촉했다.
회의장 입장에서 인사·문서교환·퇴장까지의 대면은 불과 4분만에 그쳤으나 이로써 인도적 부름에 따른 남북대화의 실마리가 틔어 분단의 설움을 극복하려는 역사적 계기가 이루어졌다.
이날 낮 11시55분 판문점공동안전구역에 도착한 남-북한 적십자파견 원들은 50여 남-북 보도진의「플래쉬」세례를 받으면서 회의장에 들어섰다.
대한적십자사파견 원 이창열·윤여훈 씨는「유엔」측 경비병들의「에스코트」를 받으며 건물 남쪽 문을 통해, 북한적십자사의 파견 원은 건물의 북쪽 문을 통해 어김없는 12시 정각에 입장했으며 회동을 위해 새로 마련된 장방형 탁자 위에 생생히 그려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이날 대한적십자파견 원이 먼저 회의장에 도착, 4분 동안 양측보도진 50여명의「플래쉬」세례 속에 기다렸으며 12시 정각 서성철·염종련 등 2명의 북 적 파견 원이 회색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우리측이『안녕하십니까』라고 먼저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이어 12시2분 서로 착석하고 이창열씨가『우리는 대한적십자사 파견 원이다』라고 자기 소개, 북 적 측도 따라 자리소개를 하고 신임장을 교환했다.
이창열 씨가 먼저 8·12 최 총재 제안 문을 건네주고 북 적 측으로부터 회답 문을 받았다.
양측 파견 원은 12시7분 문서교환을 끝내고 동시에 일어나 회담장소를 떠났다.
문서를 교환한 남-북 파견 원들은 각각 입장했던 문을 통해 퇴장, 역사적 접촉을 마쳤다. 이창열·윤여훈씨 등 2명의 한적 파견 원들은「플래쉬」세례 속에 대기했던「세단」으로 판문점을 떠나 하오1시20분 서울대한적십자사로 돌아와 최두선 총재에게 받아온 북한 적십자 측의 서한을 전달했다.
북한적십자사 파견 원들은 개성으로 향했다.
한편 수행원으로 간 김성열 서무 부 참사는 12시4분에 문서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12시10분에 대한적십자사에 직통전화로 보고했다.
이에 앞서 대한적십자사는 20일 상오8시50분 남-북한 적십자사의 접촉을 위해 판문점에 나간 대한적십자사의 파견 원은 이창열 서무부장과 윤여훈 섭외부 참사라고 발표했다.
이밖에 김호진 공보부장과 박영희 경리부참사, 김성렬 서무참사 및 정병화 공보참사(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등 4명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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