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사당 중건 추진|박팽년의 후예들이 사는 달성 묘동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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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종 때의 중신으로서 충절을 지켜 죽은 사육신의 사당을 경북 달성에 중건하려는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이우익(전 법무장관) 이선근(영남대 총장) 이인기(숙명여대 총장) 한심석(서울대 총장) 제씨를 위원으로 하는 육신사 중건 추진 위원회는 최근 이를 국가 사업으로 시행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위원회가 지목한 육신사의 중건지는 달성군 하빈면 묘동. 육신 중의 한사람인 박팽년 충정공의 후예가 살아오는 이곳은 일찍부터 사육신의 사자와 낙빈 서원의 유허지이다. 옛날에는 규모 큰 건물들이 즐비했으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일부인 태고정과 3대 선충각·서당·충효당·도곡재 등이 서있을 뿐이다.
묘동에 이 같은 사당이 세워졌던 이유는 사육신 가운데 삼족을 멸하는 화를 모면한 가정이 박팽년의 자손 밖에 없던 까닭이며, 그 점에서는 그의 후예가 육신을 통틀어 대표적인 종가가 된다.
1456년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므로 말미암아 빚어진 사육신은 23년 뒤인 성종 10년에 비로소 나라에서 사당을 마련, 그 절의를 추모하기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사우와 정각 및 살림집까지 여러 채 짓고 홍전문도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태고정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이 모두 소실됐다. 또 1691년 숙종 때에는 서원을 창건하여 육신을 모셨으나 대원군 때 철폐되고 말았다.
박팽년의 혈족은 그의 자부의 유복자에 의해 대를 잇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자부 이씨가 당초 경상도 관비로 갈 것을 자원해 낙향하였다가 유복자를 출산해 전날의 충비의 아이와 바꿔 키웠기 때문이며, 그 자손이 대대로 묘동 마을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육신사 중건 추진 위원회는 사육신에 대한 당국의 포장이 소홀하다고 지적하면서 퇴계(안동 도산 서원) 이충무공(온양 현충사)과 같은 정신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정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 위원회는 묘동에 2만평의 대지를 정화 구역으로 삼고 총 공사비 9천만원을 계상하고 있다. 그중 신축 공사비 3천3백여만원, 기존 건물 보수비 2천만원, 그밖에 정지·조원 3천5백여만원이다.
사육신에 관계되는 유적은 묘동 육신사 이외에는 서울 노량진에 육신묘가 있을 뿐인데, 비지정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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