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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운동과 세비의 함수|첫 봉투 받은 8대의원의 지출명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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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20일 첫 세비를 탔다.
의원들이 매월 받는 세비와 수당은 모두 31만4천2백원이지만 이중 세금과 국민저축을 빼면 27만7천5백62원(별표 참고). 이중에서 또 의원상호간의 경조찬, 소속당에 내는 당비 등을 공제하면 실제 수령액은 20만원이 약간 넘는 정도다.
초선의원의 경우 국회의원으로서 받은 첫 세비이기 대문에 될 수 있으면 값지게 쓰고 싶은 듯.
L의원은 비록 적은 액수지만 지구당 당원을 비롯하여 선거 때 애쓴 사람들에게 「라이터」나 기타기념품이 될만한 물건을 마련하여 인사부터 하겠다고 했다.
공학당의 C의원은 『의원활동을 하려면 공부해야할 것이 많기 때문에 대학교수들에게 4, 5만원씩 연구비를 보조하여 경제와 국제정세에 관한 자료를 얻을 생각』이라고.
재선 이상의 의원들은 20만원정도로는 의원회관 사무실 유지비와 차량비에만 써도 모자란다는 얘기들이다.
보통 월급장이에 비하면 국회의원의 세비는 엄청난 것이지만 의원들의 활동반경과 씀씀이에 비하면 무척 부족하다는 게 거의 모든 의원들의 얘기다. 여야당의 중진의원을 제외하고도 의원들은 매달 50만원에서 1백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초선의원인 공화당 A의원의 경우 선거 후 두달간의 경험을 토대로 긴축예산을 짰는데도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매달 65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A의원의 지출명세는 ▲기구당 관리비 15만원(①선전부장과 총무부장 인건비=6만원 ②경조비=3만원 ③통신료=3만원 ④사무실관리비=1만원 ⑤기타=2만원 ⑥사무국장과 조직부장보조비 및 사동 인건비는 당 보조비 3만원으로 충당) ▲차량관리비 10만원(①운전사 보조=2만원 ②세금=2만원 ③유지·수리비=6만원) ▲의원회관 관리비 10만원 ▲생활비 18만원 ▲활동비 12만원 등이다. 그러나 같은 공화당 초선의원이지만 2개의 행정구역을 지역구로 가진 B의원은 ▲지구당 관리비 25만원 ▲의원회관 관리비 10만원 ▲차량 유지비10만원▲생활가 15만원 ▲활동비15만원 등 75만원이 든다. 대개의원들의 지출규모는 지구당 관리비와 본인의 활동비에서 차이가 많아 초선의원의 경우도 상당한 폭이 있다.
신민당 초선의원인 C의원은 비교적 알뜰하다는 평을 듣는데도 ▲지구당관리비 10만원(①2명 인건비=5만원 ②경조비=2만원 ③지구당 사무실 유지비=1만원 ④통신비=1만5천원 ⑤기타=5천원) ▲차량 사용비=7만원 여관비=3만원 ▲가족생활비=5만원 ▲활동비=10만원 등 30만원과 전당대회 때문에 20만원을 써 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의원회관을 쓰게 되고 가족이 이사를 오면▲사무실관리비 10만원과 ▲생활비 10만원이 추가돼 매달 50만원은 지출될 것 같다는 얘기다.
다선 의원이 되면 차차 씀씀이가 커진다. 재선의원인 공화당의 D의원은 ▲지구당관리비 20만원▲사무실유지비 10만원 ▲차량유지비10만원 ▲생활비 30만원 ▲경조비 및 활동비 30만원 도합 1백만원을 쓰고있다.
3선의원인 신민당의 E의원은 생활비(20만원) 활동비(30만원)가 많이 들어 매달 80만원이상이 든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원이 세비를 넘는 지출을 하지만 세비를 쪼개 충당하는 의원이 없지도 않다. 신민당의 대구출신 J의원(4선)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그러기 위해 그는 차도 없고 경조비도 엄선해서 3백원씩을 지출한다.
이같이 엄청난 수지역조 현상에도 불구하고 역대의 어느 국회의원이 파산을 했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호화주택이니 흑은 고급승용차니 해서 지탄을 받은 의원들이 많았다.
선거때면 돈이 뿌려지고 국회가 열리면 이권은 그곳에 줄을 짓는다. 이렇게 해서 정치부패는 악순환하고 선거는 타락을 더해 왔다.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방안의 하나로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얘기도 여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의원에게 세비는 가정의 생활비나 사무실 유지비에 불과하며 정치인으로서의 활동비는 다로 조달해야한다.
7대 국회에서는 여당의원은 당에서 월평균 30만원을 가량을 지원 받았고 개인친분에 따라 당 중진으로부터도 보조를 받았다.
야당의원은 당의 중간 「보스」로부터 다소의 협조를 받는 외에 소속상임위를 통한 조달이 큰 몫을 차지했다. 중진이 아닌 대부분의 의원들은 대소이권을 상임위를 통해 관여하게 마련이었고 어느 상임위는 아예 매년 한의원에 1건씩 할당한다는 얘기가 나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은 신풍운동을 일으킨다해서 「오리발」이라 불려온 「특별수당」을 없애고 의원들의 이권관여도 규제하기로 했다. 의원들의 수입이 모두 이권과 결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비 만으론 엄청난 적자다.
의원생활과 정상수입간의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는 바로 신풍운동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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