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앞지른 해빙가속-닉슨 중공방문 수락의 충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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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선언이 준 전격적 충격은 주로 그 신속성과 앞으로의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 때문에 온 것이었다. 즉 「핑퐁」사절이 갔다온 지 불과 3개월만에 4반세기의 빙벽이 흐트러졌다는 점과, 이와 같은 해빙이 장래할 세계질서에 새로운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예상보다는 너무나 빨리 육박해왔다는 점이 「충격」의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그 신속성과 세계질서 재편의 결의에는 그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닉슨」이 이처럼 서두른 데는 7억의 인구, 핵과 미사일 을 보유한 막강의 군사력, 63개국의 승인을 받은 국제사회의 멤버 등 객관적 사실이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72년 선거가 있기 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월남전을 해결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후견인과의 관계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는 가을의 유엔총회에서 중공의 가입전망이 거의 확실해진 이상 그전에 『명예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점도 하나의 촉진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의 신속성은 중공의 객관적 지위와 미국국내 정치상의 여건이 일종의 상승효과를 일으킨 결과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 중공 불승인 정책이 사실상 깨어지는데서 생길 국제정치에의 영향이다. 중공에 대한 「인정」이 미국이 『힘의 한계』를 인식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이 영향의 폭이 범세계적일 것이라는 얘기와 통하기 때문이다.
미·중공의 화해는 우선 60년대의 미·소 해빙시대를 세계 해빙시대로 이끄는데 주춧돌 역할을 할것으로 보인다. 독·소 불가침조약이 구주에서의 대전의 가능성을 말살한 것이라면 미·중공의 화해는 말하자면 마지막 불씨를 끄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는 가을에 당장 제기될 중공의 유엔가입문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리비아」의 중공승인으로 승인국 숫자에 있어서 중공은 이미 자유중국을 앞서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종래의 「중요사항 지정방식」을 포기한 반면 「알바니아」는 중공의 안보리상임이사국 가입 안으로 작년보다 한발 앞선 형편이므로 이번의 「닉슨」선언은 적어도 미국의 궁극적 의도가 무엇인가를 암시한 셈이라 하겠다.
그러나 「닉슨」의 방문발표가 「얄타」체제의 재편 내지 삼강시대의 개막을 시사한다는 설에도 약간의 의문이 남는다.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한 「레어드」가 전술핵병기의 개발을 은연중에 종용했다는 사실이 그 한 증거인 것이다.
즉 미국의 의도가 중공의 불승인정책 철회와 세계시민권의 인정 (유엔가입)을 받아들이는 대신 「아시아」동부에 산재한 전초기지 및 일본을 이용한 대 중공 봉쇄정책은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라면 중공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나.
하지만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이러한 범세계적 문제보다도 훨씬 빠르게 그리고 피부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6·25때의 남·북한 관계가 북괴·중공-한국·미국의 비교적 단순한 예각충돌이었다면 앞으로의 양상은 북괴·중공·소련-한국·일본·미국의 남북삼각관계로 표현된다. 따라서 한국과 북괴는 이미 화해한 국가들을 배경으로 적대관계를 지속한다는 미묘한 입장에 빠지기 때문이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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