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련 개선안과 대학생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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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의 휴업령이 해제되고 교련개선방안이 학생군사교육령 개정으로써 확정되었으나 대학가는 또다시 새로운「이슈」를 내걸고 술렁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어 국민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일부대학의 학생회는 교련 개선 안의 거부, 징계학생 또는 기소된 학생들의 즉각적인 구제와 공소취하, 좌등 일본수상의 방한저지 등을 결의하고 또다시 교내농성과 가두시위를 감행함으로써 학원의 정상화를 목마르게 희구하는 많은 사람들의 근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물론 그들대로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당국이 확정시킨 교련개선방안 자체가 교련을 대학의 공통필수과목으로 못박고 현역군인들에 의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일부학생들이 이것을 「아카데미즘」과 양립할 수 없는 원칙상의 문제로 계속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가진 학생까지를 포함하여 대다수 학생들로서는 그러면서도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특수성에 입각한 국방과학 내지 일반군사학의 이수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금춘 이래 거의 전 대학가의 일치된 견해는 「교련교육의 강화」에 반대한다는 것이었지 결코 「교련교육 그 자체」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각 대학당국이 학생들과의 협의를 거쳐 당국에 제출한 교련교육개선에 관한 건의사항을 보아서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일반이 학생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한 것도 요는 그들의 요구가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저해할 만큼 강화키로 된 「교련교육의 강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확정된 교련교육개선방안은 요컨대 교련교육을 강화조치가 있기 이전의 원상태로 환원시키되 이러한 교련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1개월 내지 3개월간의 병역복무기간단축혜택을 주기로 하고, 그 대신 교관요원을 현역군인으로 바꾼 것이 그 골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의 정규교과를 교수 아닌 현역군인이 담당한다는데 약간의 문제가 없지도 않으나 이는 병역복무기간단축을 가능케 하기 위한 병역법상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만 부득이한 조치로 인정하는 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에 관한 시비를 떠나서라도 학생들로서도 정부가 일단 실시키로 했던 교련교육강화방안을 대폭 후퇴시키고 일단 학생들의 요구의 큰 줄거리를 받아들여 새로운 법령을 공포하고 차후 더 한 층의 개선을 약속한 이 마당에 있어 그들이 또다시 그 전면적인 거부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이번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지나친 것으로 비판되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을 둘러싼 국내외정세는 날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기일전 국민의 총화적 단결을 통한 국난극복이 요청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점 정부나 대학당국으로서도 구속학생이나 징계학생문제에 대하여 체면치레에 얽매이지 말고 즉각 큰 아량을 베풀음으로써 우리사회의 모든 구석에 명랑하고 화합된 협력기운이 싹틀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29일 서울지법은 기소된 서울대학생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하거니와, 검찰은 도리어 이 기회를 공소취하의 호기로 삼아 오는 7월 1일의 새 대통령 취임식을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맞도록 배려해주기를 우리는 요망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대학생들은 이 나라의 장래를 걸머질 우리사회의 희망이요, 기대의 상징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지적·신체적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위정 당국의 보다 차원 높은 시책을 갈구하는 바이지만 대학생들은 그들이 걸머진 막중한 사명 관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학생운동에 있어서도 외국 사신의 의례적 방문까지도 반대하는 것은 스스로 삼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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