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서울|임영방<서울대 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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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즈음 공해문제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공해문제는 다면적이다. 여러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와 각종 차량의 매연, 경적소리, 순찰 경찰 차에서 외치는 「마이크」소리와 보도 변의 「라디오」상에서 터져 나오는 확성기의 잡다한 소리, 주택가 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국민학교서 귀청을 뚫을 듯이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소리, 보도에서 신경을 자극시키는 자전거소리… 소리내기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좁은 보도에 건축공사로 모래자갈 철근 목재 등을 늘어놓고 보행을 불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철근을 잘라 어깨에 메고 나르는 바람에 행인은 눈알이라도 찔리지 않을까 멈칫거리며 모험을 해야만 될 지경이다. 서너 층 이상의 건축공사중인 앞길을 걷자면 나무 조각, 모래, 물세례를 받기가 일쑤다. 보도까지 유유히 차를 몰고 들어와 세워 놓은 것도 예사. 이럴 때마다 보행인은 순간순간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이라 하지만, 비오는 날에 행인들의 우산살로 소경신세가 안되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까! 그저 제멋대로 해야만 살 수 있는 우리세상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냄새다. 대로에서는 매연냄새, 소로에서는 시궁창냄새 뒷골목에서는 똥 냄새 등 가지각색이다. 여기에 꺼먼 먼지(날아다니는 검댕이), 흙먼지, 연탄재의 가루먼지 등이 한 몫 끼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의 찬가」는 곧 『…눈감고 코 막고, 입막고, 죽지 않도록 조심해서 살렵니다…』로 시작될 것 같다.
이밖에 공해는 또 있다. 즉 시각적 공해다. 서울시의 추악한 도시 상은 우리자신들이 느끼고있는지 모르나 서울을 둘러보고 가는 외국인들의 평은 이구동성이다.
이렇게 무질서한 도시를 처음 본다는 것. 건물이 높게 세워지고 그 수가 많을수록 그것이 문명도시고 현대적 도시라고 보는 사람은 촌사람들뿐일 것이다. 시대적 정신·물질소산으로서의 특성이 건축양상에 반영되지 않고, 고궁 앞이든, 고적 옆이든, 주택지역이든 분별없이 버섯 나오듯 세워져 있고 대로공간에는 산더미 같은 「시멘트」덩어리가 시야를 가린다.「시멘트」가 없었다 면은 오늘의 서울시 상은 없었을 것을…, 어떤 가사로 삼고 싶다.
높은 곳에서 서울시를 전망해보면 고궁을 제외하고는 녹지대를 찾아볼 수 없다. 가로수까지는 사치스러운 것 같아 보기만 하여도 고마울 지경인 지금 자연이 준 기막힌 풍치를 가꾸고 보호하지 못할 망정 황토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의 남산은 산의 면목을 상실한 「괴상」으로 둔갑하였으니 말이다. 서울의 지리적 조건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서 자연풍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건축물을 세울 곳이 없어 산을 파헤치고, 그것조차 자연환경에 맞지도 않는 모양으로 마구 세우느냐 말이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미화한답시고 자연석을 첩첩 쌓아놓고 인공으로 다듬어진 나무를 심고 「시멘트」로 길을 닦고 하는 가관이다. 정릉·성북구에 이르는 산은 역시 규모가 큰 주택들로 마찬가지 꼴이 돼가고 있다.
산과 녹지대라면 왜 파헤치려 드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가의 추상에 지쳐 녹지인 산을 향해 눈의 피로를 풀어볼까 하는데 막상 그럴 여지조차 없어져 간다. 바로 이것이 시각적 공해가 아니면 무엇일까.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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