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작금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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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은 26일 정무회의에서 오는 7월 5일 서울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런데 7월 대회에서는 당수의 권한을 다소 축소하는 부분적인 당헌수정만 하고, 현재와 같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한다는데 각파의 의견이 조정되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당대표의 권한을 줄이는 당헌수정은 당대표가 임명케 되어있는 요직 중 ①원내 총무는 의원총회가 선출하거나, 혹은 당대표가 지명한 자를 인준키로 한다. ②국회부의장 지명은 당대표가 추천, 의원총회의 승인을 받는다. ③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은 당수가 지명하고 정무회의 인준을 받는다. ④중앙상위의장은 선출한다는 안인데, 이처럼 당수의 권한은 축소되었지만, 단일지도체제의 원리를 관철해 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총선 후 신민당은 전당대회의 소집문제와 새로운 지도체제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각파간에 이견대립이 속출했었는데 당론이 전당대회의 조기 개최, 그리고 단일지도체제 채택의 방향으로 굳어져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왜 그런고 하니 신민당은 조속히 전당대회를 열어 가지고 새 지도체제를 확립치 않고서는 동 당이 자체 내부에 가지고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올바르게 해소하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벌일 수 없겠기 때문이다.
7월 대회는 당헌을 개정함과 동시에 개정한 당헌에 입각해서 당수를 선출하리라 하는데, 보도에 의하면 당수로 입후보하고자 벌써부터 운동을 벌이고있는 사람은 적어도 3명을 넘고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민당 안의 세력분포상황으로 보아 범 주류 및 비주류에서 각각 1명의 후보가 추대되어 양자간에 격돌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일반의 관측인 듯 하다.
이처럼 당수경쟁을 양성화하여 전당대회에서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공개적인 민주정당으로서 마땅히 취해야할 자세인 것이요, 따라서 조금도 못마땅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당권경쟁에 있어 철저한 「페어·플레이」정신의 발휘여부와, 또 이러한 경쟁과정에서 패배한 파벌이 선출된 당수의 권위에 깨끗이 승복하는가의 여부는 장차 신민당의 운명을 판가름할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신민당은 바야흐로 민주정당으로서의 역량을 「테스트」받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우리는 신민당이 그 착잡한 파벌대립에도 불구하고 공명정대하게 당수선출 경쟁을 벌이고, 또 새로 선출된 당수 밑에 일사불란한 단결을 이룩함으로써 민주정당으로서 성숙한 역량을 내외에 과시해주기를 바란다.
5·25 총선 후 신민당은 한 달을 두고 「진산 파동」의 규명에 영일이 없었다. 이를 해명키 위해 마련된 7인 특조위는 진산 파동의 직접적인 책임은 유진산씨에게 있고, 김대중씨 역시 간접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알쏭달쏭한 결론을 내렸다. 원내가 이런 종류의 사건은 짙은 비밀의 안개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 당수 류씨가 일부 당원이 주장하는 대로 「매당행위」를 했던 가의 여부는 영원한 비밀로서 결코 밝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밖에 있는 제삼자로서 이해키 어려운 것은 유씨가 「매당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필요, 또 충분할 이 만큼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이 시점에서 그를 추종하는 파벌세력들이 유씨의 명예회복을 빙자, 공공연하게 그의 「롤·백」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씨가 뚜렷한 증거도 없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니 그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납득이 간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총선 마감 직전 일대소동을 일으켜 신민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유씨에게 다시 어떤 「리더쉽」의 회복을 인정해 준다고 하면 도시 신민당의 체면은 무엇이 되겠는가.
정치가가 저지른 과오는 비록 그 행동의 동기가 순수하고, 목적이 선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소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점 유씨를 옹호하는 세력도 정치인의 책임에 관한 이처럼 분명한 사리에 관해 조금이라도 착각을 일으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제 유씨에게 남은 길은 조용히, 또 명예로운 방법으로 당 지도층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가장 폭발적인 불씨는 진산 파동의 수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신민당의 단결과 전진을 바라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충언을 감히 제시하여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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