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만화의 개선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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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량만화가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 용해되어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관계 단체들의 조사분석 결과에서 충분히 입증할 수가 있다.
만화에 대한 실태조사가 있을 때마다 불량만화문제만이 아니라 만화자체의 본질적인 개선책에 대해서도 많이 논란이 되고 이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해왔으나 지난 6월 16일자 중앙일보에 기재된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에서 조사한 보고에 의하면 다시 한번 어린이의 만화 독서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교육문제로서 재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믿어진다.
이 조사보고에 의하면 매일 4만 권의 만화책에 출판되며, 이것이 문공부에서 만화관계자 회의를 소집하여 심사가 끝난 후에 발간된 것인데도 불량만화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계속 발간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간 몇 해 동안 만화출판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무 성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점으로 되돌아 간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만화의 본질은 어린이들에게 지적인 상상력을 배양하고, 폭넓은 정서를 기르게 하는 유익한 예술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단지 어린이들에게 억지 웃음을 자아내고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하는 등의 자극적인 흥미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주고 행동에 있어서도 바른 판단력을 갖도록 이끄는 힘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화출판에 대한 개선방법이 현재와 같은 단일 감독체제로서는 어렵다고 본다. 그 이유는 어린이들의 생활에서 만화를 제거할 수는 도저히 없다는 견지에서 개선방법을 모색할 때 여기에는 반드시 유기적인 지도활동이 있어야 한다. 즉 「만화작가와 출판사+교사+학부형+어린이=만화독서지도」라는 지도체제가 서있어야 하며 이들의 유기적인 지도를 위한 상호작용이 있어야만 불량만화의 제거는 물론 만화를 일찍 졸업시켜 바른 도서생활로 전·입학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만화작가와 출판사에서는 만화를 노점에서 파는 유독성 사탕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고 어디까지나 만화의 본질에 준해서 교육적인 교재라는 인식을 촉구하며 출판된 만화책이 심사 기관에서 우량만화책으로 선정이 되며 이것을 책에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이 달의 우량만화책」의 명칭을 붙여 널리 목록을 공고하여 권장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 또는 교사들은 무작정 만화가 나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좀더 만화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깊은 이해를 가지고 교사가 직접 만화책을 읽고 좋은 만화책을 권장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화독서지도를 학교도서관이나 학급문고로 직결시켜 만화책 이외에도 재미있고 좋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를 깨닫게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학부형들도 만화책을 어린이가 읽기 전이라도 먼저 읽고 좋은 것을 권하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도해야 할 것이다.
불량 만화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자극적 행사로서는 불가능하며 계속적인 지도활동이 교사나 학부형·관계기관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끝으로 학교나 가두에 불량만화 투입함의 설치를 제안한다.
김경일<국립도서관 독서지도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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