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의 가을야구 파헤치기] 윤성환 공 무뎌졌는데 삼성은 미련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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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삼성 선발 윤성환은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0㎞를 넘기기 어려운 투수다. 제구가 완벽하지 않으면 맞을 수밖에 없다. KS 1차전에서 윤성환의 빠른 공은 여전히 시속 137~138㎞ 정도에 그쳤다. 정규시즌엔 날카롭던 제구가 KS에선 다소 흔들렸다.

 두산 타자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윤성환은 2회 3연타를 맞고 1-3 역전을 허용했다. 그럴 수 있다. 5회엔 김현수에게 큰 홈런을 맞았다.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 1-4라면 장타력과 강한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이 후반에는 따라잡을 수 있는 스코어였다.

 윤성환은 후속타자 최준석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스트라이크존 한참 아래, 거의 바운드될 뻔한 공을 최준석이 퍼올렸는데 강한 라이너 타구가 돼 유격수를 훌쩍 넘었다. 윤성환 공의 힘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삼성 벤치는 더 기다렸다. 결국 추가 2점을 더 주면서 스코어는 1-6으로 벌어졌다. 3점 차였다면 한 차례 찬스로 동점 내지 역전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5점 차라면 두산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히 줄어든다. 삼성 벤치가 윤성환을 너무 오래 마운드에 놔뒀다. 마치 전의를 상실한 채 두산에 1차전을 주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두산 선발 노경은의 투구수가 초반에 꽤 많았다. 풀카운트 승부가 이어지며 경기 중반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노경은은 위기를 잘 넘겼고 두산 타선이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주면서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손시헌을 선발 유격수로 쓴 것이 주효했다.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거의 없다. 손시헌의 활약은 김재호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했다. 준PO부터 치른 두산의 체력 부담을 많이 걱정하지만 두산의 야수층은 충분히 두텁다.

 삼성은 자체 평가전을 했다고 해도 감각이 떨어진 것 같다. 특히 6번타자로 기용된 이승엽의 스윙이 무뎠다. 위협적인 스윙을 하지 못하고 툭 갖다 대는 느낌이었다. 이승엽 앞에서 중심타자들이 잘해줘야 하는데 최형우 등도 아직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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