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속의 중도|「환율 점진 조작」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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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안의 과제였던 환율현실화 문제가 IMF(국제통화기부) 협의단 내한을 계기로 현행대로 계속해서 물가 상승비율 고려, 점진적인 인상방법을 쓰기로 일단락 된 것 같다. 그 동안 대두했던 환율 조정방안은 ▲대폭적으로 일시에 인상하는 안 ▲소폭 적으로 인상하는 안 ▲물가 등귀율을 고려한 점진적 인상안 등이었으며 IMF측은 일시에 대폭적인 인상을 단행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떤 방식에 의해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는 통일된 결론이 없고 또 설사 결론이 있다하더라도 언제 어느 정도의 폭으로 현실화 할 것이라는 것은 공표 되기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환율이 매점매석을 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각종 투기, 즉 수입상품의 매석이나 수출 네 고의 지연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기능을 갖고있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단일 변동환율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환율은 항상 변동할 것이고 되도록 이면 물가 상승률에 접근한 수준에서 조작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만은 틀림이 없겠다.
당초에 단일 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것은 고정 환율제와 물가 상승간에 발생하는 갭으로 환율이 괴리되는데 따른 모순과 경제적 폐해를 막자는데 목적을 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환율 운영에 있어서는 물가상승률과의 갭을 누적시켜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어 오늘의 환율 현실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작금의 환율 조정시비는 수출 증진과 수입 억제를 위한 실세화 주장과 차관 상환부담, 물가상승 등을 우려, 저 환율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으로 갈려있다. 이러한 실세화 논과 저 환율 유지론은 다같이 현실적인 타당성이 인정되어 어느 한 쪽에 치우칠 수 없고 양론을 보완해서 운영해야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환율 실세화 논의 배경은 현재의 환율이 불당 3백28원이나 수출 실효환율(보조금과 프리미엄 가산)은 4백30원대 이상이어서 최소한 근 수준에 가깝도록 해야만 수출의 계속적인 신장을 가져올 수 있고 수입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실효 환율까지의 환율인상은 각종 수출보조의 축소를 전제로 해야하기 때문에 달러를 벌어들이는 입장에서는 환율인상을 통해 보조금을 없앤다면 수출 면에서는 인상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사실상 환율인상 주장은 지금의 수출지원 방식에 의한 수출신장에 한계를 느껴 환율인상을 통한 새로운 보조를 요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편 저 환율 유지 론의 배경은 물가가 불안정한데다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실정에서 환율을 인상하면 물가는 더욱 악화되어 수출신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없고 차관업체의 상환부담까지 늘려 전반적인 제품 값의 인상이나 기업부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작금의 물가동태는 국제시세앙등이 국내에 파급되어 유류값과 밀가루 값 인상이 단행된 바 있고, 70년 말 현재 확정차관을 기준 한 원리금상환은 금년이 총 외화수입의 14.2%인 2억3천만 불로 추정되며 금년과 내년에 피크를 이룰 전망이다.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1천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환율이 5%만 올라도 50억원의 상환부담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두 가지 배경을 살펴볼 때 환율운용은 확실히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인상되면 수출이 촉진되고 수입과 신규차관이 억제되며 원자재의 국산대체가 촉진되는 등의 효과가 있고 그대신 물가나 차관업체에 타격을 주리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명백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지측면에서 경상거래와 자본거래의 내용과 견주어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본다면 환율인상이 가져올 수출·수입·신규차관 등에 대한 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가 갖고있는 대외상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제약이 가장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환율이 상당히 오른 해에도 재정안정 계획만 견실하게 집행되면 물가에 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은 예도 있다.
그러나 65년까지만 해도 2억불 미만이던 차관도입이 이젠 30억불에 가 까와 환율인상의 큰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환율 인상에 의한 신규차관 도입억제 역시 5개년 계획추진과 관련하여 다분히 선택적인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IMF와 심지어 IBRD(세계은행)까지도 연 8% 수준의 환율인상이 소망스럽다고 지적한바 있다.
IMF가 갖는 기본 입장은 평가주의에 입각해서 연 2%의 상-하 한 폭을 두는 고정 환율제 채택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실세화해서 고정환율제로 안정화하기를 기대하는 처이다.
64년에 변동환율제가 채택된 후 최근까지 환율은 27.8%가 올랐고 전국 도매물가지수는 56%가량 올라 상당한 갭이 나타나 있다.
물론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률과 일치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구매력 평가지수의 변동폭을 그러한 수준까지는 올랐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갭을 축소해야 할 필요성은 명백한 것이지만 제반 경제 여건으로 미루어 일시의 대폭적인 인상보다는 소폭의 점진적 현실화방안이 채택됐을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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