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1만 대에서 철 4000t, 자동차 업계도 재활용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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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메탈은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로 폐차 재활용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지난달 방문한 도요타시 외곽의 이 회사 야적장에서는 폐차 덩어리를 크레인으로 파쇄 기계에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1만 대의 폐차를 처리한다.

눈앞에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칙칙한 회색 건물에서 촉수처럼 뻗어 나온 컨베이어 벨트가 조각조각 떨어뜨린 쇳조각이 산을 이뤘다. 뭔가 자르고, 부수고 빻는 소리 때문에 고막이 얼얼했다. 자그마한 부품이 얽히고설켜 반짝이는 새 차로 거듭나는 것만큼 한 대의 자동차가 원래의 소재로 되돌아가는 과정 역시 경이로웠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요타시 외곽의 도요타 메탈을 방문했다. 폐차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도요타 계열사다. 기존 폐차는 재활용 가능한 부품을 떼어낸 뒤 네모난 고철 덩어리로 압축하며 끝난다.

반면 여기선 네모난 덩어리를 잘게 빻는 데서 작업이 시작된다. 도요타 메탈은 매달 전국 폐차장에서 압축된 폐차를 가져온다. 그리고 다시 꼼꼼히 분류한다. 예컨대 금속과 플라스틱·방음재·폐기물로 나눈다. 작업의 시작은 파쇄, 즉 잘게 부수기다. 원형을 짐작할 수 없는 부스러기 가운데 자석을 붙인 컨베이어 벨트로 철을 모은다. 나머진 무게와 크기에 따라 다시 비철 금속과 플라스틱 등으로 분류한다. 더 이상 성분에 따라 나눌 수 없는 폐기물은 일정한 크기의 덩어리로 뭉친다. 그러면 제철소가 가져가 땔감으로 쓴다.

도요타 메탈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자동차 분쇄 찌거기를 소재와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1만 대의 폐차를 분쇄하면 약 4000t의 철이 나온다. 이 중 절반은 알루미늄·구리·플라스틱 등이 섞인 자동차 분쇄 찌꺼기(ASR)다. 도요타 메탈은 ASR을 다시 재활용하는데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다. 가령 2000t의 ASR 가운데 10%를 차지하는 방음재를 재생해 신차에 쓴다. 도요타 메탈은 이 기술을 일본 폐차 업계에 무료로 전수하고 있다.

일본은 2001년 가전, 2005년 자동차 재활용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도요타는 이미 1970년 7월 도요타 메탈을 설립해 재활용을 시작했다. 도요타 메탈 옆엔 도요타 케미컬 엔지니어링이 자리한다. 73년 설립됐고 폐오일 재활용이 주력이다. 그 결과 도요타는 일본 재활용 법의 2015년 목표치를 이미 2007년 초과달성했다.

도요타 메탈은 8만2000㎡ 넓이의 부지에 9000㎡ 규모의 시설로 구성됐다. 자본금은 6억 엔. 도요타 통상이 50%, 도요타 자동차가 48.3%, 아이치 제강이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직원은 150여 명이고, 월 1만 대의 폐차를 처리하고 있다. 도요타 메탈의 다카시 요시다 사장은 “일본 내에서 연간 폐차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5000대로 도요타 전체인 100만 대 중 극히 일부다. 하지만 98년 니켈수소 전지를 자진회수하기 시작했고, 2010년엔 전지 원료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 배터리 수거를 의무화했다. 도요타는 또 재활용 노하우를 신차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보다 쉽게 해체할 수 있는 구조와 소재로 만들게 됐다.

이곳에서는 차체뿐 아니라 부품과 가전 재활용에도 열심이다. 한 달에 7000개의 에어백, 1500대의 에어컨, 2500대의 세탁기를 처리하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다. 창업 40주년 즈음해서야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정도다. 그러나 올바른 폐기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마음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가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폐차의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 폐차를 맡겼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심지어 말소 등록이 되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등록된 자동차해체재활용 업체를 이용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홈페이지(www.kadra.or.kr) 또는 전화(02-867-0625)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협회에 등록된 업체를 이용할 경우 고철 현 시세를 적용한 폐차 가격도 돌려받을 수 있다. 배기량 1300㏄ 미만(710㎏)은 25만원, 배기량 1500㏄ 미만(971㎏)은 35만원, 배기량 2500㏄ 미만(1140㎏)은 40만원, 대형 승용(1280㎏)은 45만원, 1t 화물차는 70만원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역과 폐차의 상태, 고철 가격 변동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시=김기범 객원기자

자동차 전문 사이트 roadtest.co.kr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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