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제친 시알리스 원동력은 5㎎ 매일 복용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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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헨리 휴버스(48) 한국릴리 사장은 “혁신을 거듭한 끝에 발기부전 치료제의 후발주자였던 시알리스가 출시 10년 만에 1위 비아그라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릴리]

제록스하다·구글링하다·비아그라…. 이 말들의 공통점은?

 특정 제품 혹은 서비스 이름이 보통명사가 됐다는 점이다. ‘제록스하다’는 ‘복사하다’, ‘구글링하다’는 ‘검색하다’와 같은 의미다. 이들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한다. 그런데 비아그라는 아니다. 비아그라의 보통명사는 ‘발기부전 치료제’다. 가장 먼저 세상에 나왔고, 가장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렇지만 선두 자리는 지난해부터 다른 제품에 내줬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가 2003년 출시한 시알리스다. 다만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모두 전문 의약품이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없어서다. 올해가 시알리스 탄생 10주년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1등을 1등이라 말할 수 없는 시알리스에 대해 묻기 위해 서울 남대문로 한국릴리 본사에서 폴 헨리 휴버스(48) 사장을 만났다.

 -발기부전 치료제 하면 사람들은 여전히 비아그라를 떠올린다.

 “브랜드의 힘이다. 후발주자였던 시알리스가 비아그라를 따라잡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조재용 마케팅 이사는 “15년 만에 OB맥주가 ‘만년 1위’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게 주류 업계의 일대 사건인 것처럼, 시장에서 1위 제품을 2위가 뒤집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시알리스 케이스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리는 등 해외 유수 경영대학원(MBA)의 교재가 됐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를 누른 비결이 뭔가.

 “혁신이다. 비아그라는 출시 초기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시알리스는 아니다. 처음 나왔을 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대부분이 비아그라와 비슷한 ‘짧은 효과 제제(복용 후 4~6시간 지속)’였다. 2003년에 나온 ‘시알리스 20㎎’은 36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제품이다. 관계 직전에 급하게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특히 주말 내내 준비된 상태에서 보낼 수 있어 ‘주말약(Weekend Pill)’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지난해 5월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시알리스는 ‘5㎎ 매일 복용법’처럼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 덕에 오히려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1위에 올랐다.”

 -매일 먹으면 부작용은 없나.

 “5㎎ 제품은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처럼 하루 한 알씩 먹는다. 고혈압 약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고 개당 주요 성분이 20㎎의 4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적다고 볼 수 있다. 5㎎ 제품은 지난해 보건당국으로부터 발기부전과 전립선비대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인정받았다.”

 -하루 24시간, 365일 중에 발기부전이 문제되는 시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매일 먹는 약이 필요한가.

 “발기부전은 성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많은 남성이 발기가 안 되는 것을 남성성의 상실로 여긴다. 암으로 유방을 잃은 여성은 여성성 상실에 따른 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남성은 발기가 안 되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삶의 동기나 열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발기부전은 남성의 웰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릴리가 시알리스 10주년을 맞아 국내 발기부전 환자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발기부전 환자의 고민은 성기능뿐 아니라 삶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선 시알리스나 비아그라 등을 정력제로 알고 있다.

 “한국릴리 대표라고 하면 대개 정력에 대해 물어보는데, ‘건강한 남성이 시알리스를 복용했을 때 정력이 높아지는가’와 같은 연구는 우리 관심 분야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발기부전은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심각한 질환이다.”

 -발기부전 환자들 가운데 병원에서 치료받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기부전은 정말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만성질환처럼 초기에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치료 방법이 있는데 방치해서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 부끄러워 말고 반드시 비뇨기과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고란 기자

시알리스  미국계 제약사인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2003년 첫선을 보인 20mg은 4~6시간 약효가 지속되는 비아그라와 달리 효과가 36시간 지속된다. 2008년 출시한 5mg은 매일 먹는 제품으로 ‘발기부전 이전의 삶’을 가능하도록 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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