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은 강남 대형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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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강남권 대형 아파트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보합세를 유지하는 중소형과 달리 가격이 하락세다. 전세도 찾는 사람이 뜸하다. 게다가 강남권에 앞으로 입주할 단지들이 대형 위주여서 약세 현상은 심해질 전망이다.

◇매물 쌓이고 가격 하락세=서울 강남구 도곡동 로얄공인 서인제 사장은 "30~40평형은 거래가 꾸준하지만 50평형대 이상은 매물이 쌓인다"고 말했다. 요즘 이사 수요가 대부분 중소형에 집중돼서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압구정동 진양공인 홍낭기 대리는 "학군 때문에 옮기는 경우 주로 30~40평형대를 찾고 대형은 꺼린다"고 말했다.

경기위축으로 소비자들이 대형 평형을 부담스러워해 규모를 줄이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최근 강남구 도곡동에 전세를 구한 주부 朴모(44)씨는 "당초 50평형대를 구하려다 돈을 아끼기 위해 1억원 이상 싼 40평형대를 골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가 강남권 대형 평형 물량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전체 1천2백97가구 가운데 1천2백여가구가 50평형 이상이고 이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왔다고 인근 중개업소는 전했다. 잠실 주공단지 재건축 이주가 한창인 송파지역에서도 큰 평형은 홀대를 받고 있다. 이주비에 여윳돈을 합치면 30평형대는 추가 부담 없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평형의 세금 부담을 늘린 정부 정책도 대형아파트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서초구 서초동 태극공인 박형방 사장은 "고가주택 세금부과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세금정책을 강남 거주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형 평형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당연하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강남구 아파트 매매값은 평균 0.25% 올랐으나 50평형 이상은 0.05% 떨어졌다. 평균 0.09% 오른 전셋값도 50평형 이상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대형 평형 공급 과잉=강남구 도곡동에 타워팰리스 2차(8백13가구)가 지난달 28일부터 입주하기 시작했다. 50평형 이상이 6백46가구로 79%다. 내년 입주하는 3차도 6백10가구 중 96%인 5백84가구가 50평형 이상이다.

2005년 입주할 잠실 갤러리아팰리스(7백41가구)도 대부분 50평형 이상이며 서초동 현대슈퍼빌(6백45가구, 6월 입주)과 잠실 롯데캐슬골도(4백가구, 2005년 입주)는 50평형 이하가 한 가구도 없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강남권에서 2006년까지 입주할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50평형 이상이 전체(2만1천8백62가구)의 38%(8천3백5가구)나 됐다.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랜드 하태공 사장은 "재건축 단지에서 나올 대형 평형도 적지 않아 강남은 앞으로 대형 평형으로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타워팰리스 2차의 매매.전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구하려는 사람은 적어 대형 평형 매매.전세시장을 악화시키고 있다.

1차 단지 68평형의 전셋값이 최근 5천만원 정도 떨어지기도 했다. 소화되지 않은 1차 물량에 2차 물량까지 쌓여 가격을 떨어뜨린다.

분양뱅크 박동렬 사장은 "경기가 불투명하고 대형 평형이 넘쳐나는 강남권에서는 대형 평형은 기대수익이 줄 수밖에 없어 30~40평형대 위주로 투자대상을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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