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통화… 현황과 전망|남덕우 재무와 조순 교수의 예진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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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기간 중에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이 논란의 촛점으로「클로즈업」되고있다.
특히 4, 5월에 집중적으로 늘어나 균형을 잃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유동성증가의 경위와 금후의 대책, 그리고 하반기의 자금사정을 예진 해보고자 남덕우 재무장관과 조순 서울 상대교수의 대담을 마련해 봤다. <편집자주>
▲조=두 차례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일도 있었을 테고 정부로서는 수습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선거하면 자금이 따르기 마련인데 우선 선거기간 중에 늘어난 유동성증가에 따른 대응책을 말씀해 주시고 다음, 금년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끌고 갈 통화정책을 좀….
▲남=네, 항간에서는 선거 후유증이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의 우려는 통화「인플레」와 물가앙등을 연결시켜서 강조하고 있읍니다. 선거기간(4월과5월)중에 재정 금융 면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밝히겠읍니다.
물론 선거영향이 얼마간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4월중에 통화량이 2백25억원 늘어난 점을 들어 선거영향이라고 지적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선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인가가 문제이며 그 정도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선거 때 각 정당이 돈을 쓰는데 장롱에 넣어두었던 돈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다 계절적으로 농사자금이 방출되고 정부부문의 춘기공사가 4, 5월부터 시작되며 수출금융 등 우대자금이 정상적으로 나가4월중에 통화량이 2백25억원 늘여난 것입니다.

<6월 중여신 한도 백억 여유>
정부로서는 이러한 선거기간의 움직임에 대비해서 재정안정계획을 사전적으로 1, 2, 3월 석달 동안 작년 말보다 통화량이 90억원이상 줄어들도록 집행 했읍니다.
과연 4월에 들어 통화량이 2백25억원이나 증가되더군요. 그러나 정상수준을 벗어나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3, 4, 5월중에 긴축정책이 최고조에 달했던 적도 있지만 어느 달에 통화량이 좀 늘었다고 해서「인플레」다, 또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해서 긴축이다 할 수는 없읍니다.
우리 나라에선 월별로 몇10억원의 차이만 있어도 긴축이다.「인플레」다 시비가 붙는데 통화량은 계절적으로 항상 변동하기 마련입니다. 4월말까지 늘어난 통화량은 작년 말 대비, 4.2%(1백28억원)에 불과한데 금년재정안정계획에서는 연간통화량증가율을 20%로 잡고 있어 앞으로 연말까지 16% 가까이 늘릴 여유가 있읍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긴축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긴축할 생각은 없읍니다.
4월말현재 1천5백8억원이던 화폐발행고가 27일 현재 1천4백90억원 정도로 줄어들었고 3천1백93억원이던 통화량은 5월말에 3천2백억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읍니다.
국내여신은 5월말에 9천9백38억원이 될 것인데 6월말한도 1조50억원에 대해서는 1백억원이상의 여유를 갖고 있어 다소「타이트」한 집행이 불가피합니다만 국내여신이 4, 5월에 많이 늘었으니까 6월에 좀 줄어든다고 해서 자금난으로 볼 수는 없는게 아니겠읍니까.

<순 재정 적자는 7억>
연중을 통해 신축성 있게 조절하는 것이 금융정책의 본론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려서 연말까지 여신을 상당히 늘릴 수 있는 여유를 갖고있고 긴축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해두겠읍니다.
▲조=통화량의 문제는 남 장관 말씀대로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것으로 돌리더라도 기타 금리·환율·조세등각부문에서는 다른 변화가 없겠읍니까. 다시 말해서 통화이외의 요인, 즉 환율이나 물가문제는 어떨는지요.
▲남=선거 기간 중에 세수부진으로 일반재정부문에서 1백58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하나 이것은 예산상의 문제이고 양곡기금·특별회계 등을 합친 소위 통화정책상의 정부부문은 본원적 통화를 7억원밖에 증가시키지 않았으므로 균형을 유지한 셈입니다.
사실상 선거 기간 되면 세금 걷기 어렵기 때문에 세출 부분을 조절해왔습니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통화량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현재 우리 나라의 통화량증가율 년20%가 다른 나라 수준보다 높긴 한 것이지만 고도성장이란 특수한 사정이 있어 「밀튼·프리드먼」교수가 말한 것처럼 매년20%씩만 증가시킨다면 통화 면의 인플레요인은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4월말현재 물가를 보더라도 작년동기에는 모든 것이 올랐으나 금년엔 식료품이외의 물가가 목재·화확 제품 .금속 등 네 가지나 내리고 있어 통화 면의 영향은 없었다고 봅니다.

<유류값 등 인상은 불가피>
▲조=지수 면에서도 작년보다 상승률이 낮아진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 아닙니까?
▲남=유류값처럼 국제시세가 오른 것은 어쩔 수 없읍니다.
유류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되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하는데 정부가 고심중입니다.
이미 원유관세를 면제하고 있으나 해외자원의 값이 올랐는데도 국내가격을 안올리면 수입품을 국내에서 보조하는 결과가 되지요.
결국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로서도 안정추세를 장담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 대응책으로 작년에 25%나 늘렸던 통화량을 금년엔 20%로 눌러 견조를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조=남 장관 말씀에 세목문제 언급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세수가 부진했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읍니다.
세수로 통화를 환수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운영자금위주의 금융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남=업계에서 세금공세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금 면에서는 국내여신증가율을 25%로 잡고있어 1월부터 5월까지 월 평균1백70억원씩 늘려 8백50억원이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1천4백22억원의 여유를 갖고 월 평균2백3억원은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안정적인 통화정책의 유지를 전제로 할 때 자금사정의 호전여지가 있는 것이지요. ▲조=환율문제를 하나만 더 묻겠읍니다.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여론도 인상을 바라는 사람과 바라지 않는 사람으로 갈려있는데 남 장관의 일반적인 생각은 어떠신지.
▲남=양론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한쪽은 수출촉진 수입 억제를 위해 인상해야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차관 원리금상환의 원화 부담, 물가에 주는 충격 등으로 인상을 우려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환율정책에 수정을 가할 뜻은 없읍니다. 지금 현실화하자면 첫째 지금까지의 다기 한 보조정책이 수출성장에 유리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보조정책부터 검토해야하고, 둘째 물가동정을 고려해야 하며, 세째 환「리스크」를 어떻게 처리 할 것이냐의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조=마지막으로 금리 문제입니다. 선거 이전에 이의 조정방침을 밝힌바있지만 연24%(대출금리)의 금리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고율 인데 자본의 효율성이 그처럼 높은지 의문이군요.

<금리인하 물가 추세 따라>
▲남=금리도 우리 나라의 특수사정이 있죠. 사실 연24%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읍니다. 작년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타인자본의존비율로 봐서 자금수요가 크고 물가와 관련시켜 볼 때 지금까지 기다렸는데도 물가전망이 국제가격 때문에 불투명합니다.
대체적인 결론은 예금의 금리 탄력도가 크지 않다고 하나 예금자를 생각할 때 과격히 내릴 수도 없고 해서 우선 금리 체계를 수정하고 근소하게 수준을 인하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만…. 어쨌든「텀·론」제도 실시 등을 전제로 할 때 금리조정은 불가피한데 적당한 시기를 봐서 체계수정에 중점을 두어 단행하겠읍니다.
▲조=오랜 시간 서로 의견을 나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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