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법개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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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구려의 벽화를 보면 음식은 큼직한 그릇이나 굽이 높은 고배에 담에서 「테이블」위에 드문드문 놓여있고 사람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 있다. 다만 무엇으로 집어먹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몽고 인들처럼 조그만 휴대용 칼이 중요한 식구의 하나였을 것은 틀림없다.
제기처럼 생긴 고배는 고구려뿐만 아니라 백제·신라·가야에서 모두 사용하였으며 금해 패총에서 많이 나오는 조그만 철「나이프」들은 역시 식사용「테이블·나이프」였을 것이고 그것으로 그들은 돼지·소·사슴 등의 고기를 잘라먹었던 것이다.
숟가락은 긴 역사를 가져서 두만강 지방에서는 뼈로 만든 석기시대「스푼」이 남아 있으나 숟가락은 본래가 국물을 뜨기 위한 것이고 중국에서는 그 전통이 지금까지 잘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낙랑시대 칠기「스푼」을 보더라도 오목한 문자 그대로「스푼」이며 우리 나라 숟가락처럼 납작해서 밥그릇이나 박박 긁게 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숟가락은 긴 타원형이고 손잡이도 S자형으로 우아하게 꺾여서 현재의 숟가락처럼 빨딱하고 야박하지가 않았다. 숟가락이 그렇게 생겼으니까 고려자기가 견디어 내어서 오늘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을 것이지 지금 같은「박박」식 숟가락이어서는 기·시가 함께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하여튼 요즘처럼 조그만 밥상에 소꿉장난 같은 접시니 종지기를 가득 올려놓고 서너 사람이 둘러앉아서 이마를 맞대고 침을 맞 섞으며 훌쩍거리는 식사방법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온돌이 남한에까지 퍼지기 시작한 고려말이나 이조 초부터 없을 것이지만 옛날 삼국시대 식사방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쎄 먹고있는 본인으로서는 그렇지도 않은데 남이 먹고 있거나 특히TV에서 밥 먹는 광경은 도무지 답답하고 궁상스러워서 보고 앉아있을 수가 없다.
한쪽 손은 땅을 짚고, 한쪽 팔은 무릎을 세워서 걸쳐놓은 자세도 나쁘거니와 젓가락으로 뭣인지 쑤시고 들먹거리다가 지렁이나 들어내듯이 끄집어 들어서 입으로 넣는 광경도 천하다. 더구나 숟가락으로 밥을 눌렀다 푸는 모습은 왜 그런지 궁상스럽고 답답해서 출연하는 배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런 모습으로 하루 세끼를 먹는 우리들 자신의 생활이 몹시 고달파진다.
그런데 「텔리비젼」이나 영화에서는 그 밥 먹는 광경을 왜 자꾸만 내놓는 것일까. 더구나 『딸』이란「드라머」에서는 그것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그저 되풀이하는데 옛날 무슨 영화에서 김진규가 감자 한 그릇 놓고 먹고 있는 장면은 그렇지도 않았는데 이순재·안은숙 두 남매가 식사하는 광경은 왜 그런지 보기에 힘겹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릇 수를 줄이고 그릇모양도 크게 바꾸어 허리를 펴고 좀 시원스럽게 먹는 방향으로 식사의 내용이나 방법을 바꿔가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꾸부리고 궁상스럽게 먹고 무슨 큰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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