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구속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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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은 최근 수일동안 서울대생 및 고대생 10여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 학생의 구속 기소는 검찰이 학생 「데모」에 대해 강경책을 쓰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처럼 검찰의 강경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자 관계 대학 교수들은 당국에 대해 석방을 종용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학생들은 동료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또 다시 항의 집회 및 「데모」를 벌이게 되었다.
검찰이 서울대생을 구속 기소한 것은 이들이 신민 당사에 몰려가 총선 「보이코트」를 종용하면서 농성을 한 것이 선거의 자유 분위기를 파괴했다는 것이고, 또 고대생을 구속 기소한 것은 그들이 신고 없이 가두「데모」를 벌였으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시한 구속 기소 이유를 우리가 문제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①정당이나 사회 단체가 4·27 선거를 「원천적인 부정 선거」로 평가하고 5·25 총선의 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내버려두면서 왜 대학생들의 같은 평가와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문제로 삼겠다는 것인가 ②신민 당사 내에서의 총선 거행 종용 농성이 신민당으로 하여금 전혀 총선을 거부케 하치 않았는데도 이를 선거 방해로 볼 수 있겠는가 ③지금까지도 학생들의 가두 시위는 무신고로 행해진 것이 통례였는데 경찰은 이를 실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해 왔었는데 상기 고대생들이 무신고로 가두「데모」를 벌인데 대해 이를 주동했다하여 반드시 구속 기소 조치를 취해야만 하겠는가 하는 점등이다.
더군다나 이해키 곤란한 것은 서울지검 당국이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구속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비록 교내에서라 할지라도 순수성을 벗어난 성토나 선거 자유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학생 운동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구속된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한다는 것은 동료 학생들의 「휴머니즘」 에 입각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관대히 취급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하나의 상례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원내에서 지난 선거에 대해서 평가를 하거나 앞으로 있을 선거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이 자기 가정이나 직장에서 이런 문제를 조상에 놓고 마음대로 토론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 규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검찰의 강경 방침은 구속된 동료를 동정하고 구출키 위한 학생들의 「휴머니즘」마저 금하겠다는 것이 되어 시민의 기본적인 자유 문제와도 관련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지금까지 되도록이면 끈질긴 설득과 온건한 단속으로 학생 「데모」의 격화를 막고 그 냉각을 기하려는 정책을 견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던 정부 당국으로서는 더군다나 이번 양차의 선거가 누구의 눈에도 여당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 확실한 이 마당에 있어 필요 이상의 강경책으로 학생들의 반발심을 자극시켜 사태를 더욱 소란케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최근의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엄중한 자중을 촉구하고 싶다. 현재의 시국 동태에 대해서 학생들이 큰불만을 느끼고 젊은이다운 정의감으로 그것을 바로 잡겠다는 충정을 우리는 십분 이해하고자 하는 바이지만, 그들이 지난번 행한 것과 같이 직접 다수의 위력을 빌어 어느 정당에 몰려가 선거 포기 등을 강요한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아무래도 좀 지나쳤다고 밖에 볼 수가 없고, 이 때문에 당국에 대해서도 강경책을 쓸 구실을 준 것은 못내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격화 기세를 보이고 있는「데모」등 대학가의 소란이 행여나 이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가져와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학생 「데모」를 다스리는데 계속 설득과 관용을 베풀도록 해야 할 것이요, 이미 구속된 학생을 신속히 석방함으로써 온정 있는 선도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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