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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만 구하면 장난감·그릇 뚝딱 … 100만원대 가정용 3D프린터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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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최대 3D프린터 회사인 스트라타시스의 조너선 자글럼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3D프린터가 3차 산업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며 ”머지않아 가정용 3D프린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매경지식포럼]

1988년 한 엔지니어가 딸에게 줄 장난감 개구리를 만들던 중이었다. 글루건(glue gun, 접착제 분사기)을 뿌려가며 모양을 잡아가던 그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3차원의 물질을 복사해내면 어떨까?”

 그는 이듬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에 대해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설립했다. 세계 최대 3D프린터 회사 스트라타시스를 창업한 스콧 크럼프 회장의 이야기다. 스트라타시스의 조너선 자글럼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난감을 만들 때 떠올리던 공상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이뤄냈다”며 “3D프린터가 항공기·자동차 등의 주요 부품은 물론 의료·패션·바이오 등에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3차 산업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항공기·자동차 부품까지 만들어

 3D 프린터란 3차원 물체를 인쇄하듯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물체 정보를 스캐닝하거나 3D 그래픽으로 설계한 후 플라스틱 액체나 파우더 같은 원료를 사용해 3차원의 물질을 찍어낸다. 지난해 2위 업체인 ‘오브제’를 인수합병해 미국·이스라엘 합작회사로 재탄생한 스트라타시스는 2012년 매출 3억6500만 달러를 기록, 전 세계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다.

 자글럼은 3D프린터가 상용화되면서 제품 출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고 강조했다. 예전 방식대로라면 각종 시제품을 만들 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이젠 3D프린터로 제품을 미리 디자인해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제조공정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인공치아·뼈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엔 견고함이 요구되는 비행기 날개를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제품을 찍어내는 원료가 130개 이상으로 다양해지고, 분사기술이 나날이 정교해진 덕분이다.

시제품에 활용 … 개발 비용 줄여

3D프린터로 제작한 로봇 장난감.

 그는 “특정 분야의 숙련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비슷한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며 “별도의 디지털 설계도만 있으면 제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않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3D프린터를 PC처럼 집집마다 장만하는 가정용 3D프린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글럼은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던 가격이 보급형 3D프린터가 생산되면서 이젠 1000~2000달러짜리도 등장했다”며 “소비자들이 상품의 설계도를 사서 그릇·장난감·공구 등 필요한 공산품을 가정에서 만드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3D프린터가 전통 제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자글럼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기술 개발 등의 이점을 뛰어넘는 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며 “전통 제조 기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 분야나,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정밀제품에 제격

 부작용도 염려했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설계도를 입수해 각종 불법 총기를 만들거나, 문화재·예술품의 도면을 손에 넣은 뒤 정교한 모조품을 유통시킬 경우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3D프린터 시장이 커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마구잡이 제품 복제에 따른 저작권 침해라든지, 불법 총기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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