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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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값이 당국의 장담을 뒤엎고 크게 오르고 있어 양정은 바야흐로 적신호를 연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금의 미가는 일부 지역에서 가마당 9천원 선까지 뛰고 있다는 것이며 정부미가 무제한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에서도 도매 시세가 가마당 7천4백원 선으로 뛰어 올랐다 한다. 정부는 이처럼 올라가기만 하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13일 전국에 걸친 정부미의 무제한 방출과, 미곡상의 강력한 단속 방침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하는데 이것은 쌀값 안정을 위해 어찌할 수 없는 긴급조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면 그것을 억지 다짐 행정력으로 단속한다는 방식으로 모든 정책이 일관되고 있는 이 나라의 경제 행정에 대해서 우리는 커다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어찌해서 이 나라의 경제 정책은 그토록 과학성과 합리성을 외면한 채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올해 들어 미가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작년 11월, 12월의 미가가 충분히 예시하고 있었음은 본란이 당시에도 누누이 지적한 바 있었다. 70년도의 성출 회기 시중 미가가 전국 도매 가격 기준으로 1백ℓ당 11월에 6천4백42원, 12월에 6천6백17원에 이르러, 단 경기인 9월 가격 5천4백원 보다도 월등히 비쌌던 것은 이미 올려진 적신호의 시초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 현상에 대해서 당국은 갖가지 해명을 일삼고, 정작 수확고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미가가 내포한 계절적 변동요인으로 보아 성출 회기의 미가가 반등한다는 것은 수확고 추정상의 이상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이 이미 분명했던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는 낙관적인 수확고 추계에 의거해서 양곡 수급 계획을 짰을 뿐만 아니라, 정부미 방출 가격을 물량 확보량과 비교해서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미곡 소비를 상대적으로 촉진시켜 정부 보유미를 벌써 2백50만 섬이나 방출해 버렸고, 앞으로 5개월간 더욱 집중적인 보유미 방출이 불가피한 실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보유미는 고작 4백60만 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보유미가 4백60만 섬에 불과하다면 정부 당국이 보유미를 무제한 방출하여 미가를 안정시킨다고 말해도 국민이 이를 좀처럼 믿으려하지 않을 것이요 이 때문에 매점·매석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차의 선거기간 중 지속된 행정 부재로 말미암아 공공연하게 미곡을 사용한 밀주 행위가 성행했으며, 또 막대한 선거 자금 살포로 인한 쌀 소비 성향 조장 등은 지금 우리 나라의 쌀 보유 기대량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태에 있음을 추정하기 어렵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리가 그와 같다면 문제는 민간 보유미가 현재 얼마나 재고로 남아 있는가를 정확히 추정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미가 정책의 핵심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당초 수확고추 정치가 옳았다면 민간에 충분한 재고 미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성립되는 것이며, 또 정부 보유미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가 통제를 포기하여 출회량을 증가시키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수확고 추정치 자체에 의문이 있다면, 정부미 방출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하여 평균 미가를 올리고, 그럼으로써 미각 소비를 억제하는 대신 추가적인 양곡 수입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줄로 안다.
그 어느 경우이건 농정 자세의 부성실성 때문에 미가 파동이 일어난 것임은 다툴 수 없는 것이며 이점에서 정부는 긴급 대책의 수립과 아울러, 양정 당국에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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