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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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쓴 질문은 언론과 일반인들 사이에서 되풀이해 제기돼 왔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미국에서 진행한 다소 괴상한 ‘로맨틱한 버섯’ 한식 홍보 캠페인 때문에 이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 홍보를 위해 너무 많은 예산을 쓰는 걸 보며 개인적으로 그런 캠페인이 얼마나 비생산적인지 놀랍다.

일부 독자는 이를 한국에 대한 ‘공격’, 적어도 ‘비판적’ 칼럼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단지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다른 이들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나도 한국을 홍보하고 싶다. 그래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안해 보고 싶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하나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뭘 좋아할까’가 아니라 ‘한국에 대해 외국인이 좋아해 줬으면 하는 건 뭘까’를 고민한다는 거다. 최근 내가 받은 한국 관광 책자엔 “한국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질까. 오히려 ‘오, 그래? 나보다 한국인들이 낫다는 얘기로군’이라고 비꼬아 생각할 수도 있다. ‘독도를 방문하세요’라고 읍소하며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설명하는 광고도 봤다. 이게 관광 홍보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 홍보 전략은 안전하고 전통적인 것에 너무 기대는 경향이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어떤 걸 좋아할까’를 생각하는 대신 ‘맞아, 외국인들은 구절판을 먹고 김치박물관과 고궁에 가야 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만든 결과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분들은 자문해야 한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김치박물관에 간 게 언제이고 구절판을 먹은 게 언제인지를.

한국 홍보를 업으로 삼고 있는 공공 및 민간 분야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외국어에 능통하며 ‘로맨틱한 버섯’과 같은 일부 슬로건에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연령대는 낮은 편이어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일부 기관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최근 내게 보내온 책자 안(案)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홍보 담당 기관이 너무 많은 데다 각각의 경쟁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 내게 ‘한국을 어떻게 홍보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난 먼저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이 한국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고국의 친구·가족이 매력을 느낄 것들은 뭔지 물어봐야 한다고 답하겠다. 연령·국적별로 나눠 분석한 뒤 각기 다른 계층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면 된다. 우리를 단지 ‘외국인’이라는 무의미한 하나의 범주로 묶는 대신 말이다. 물론 K팝을 좋아하는 젊은 층도 있지만 이들에게 너무 중점을 두다 보니 오히려 외국에선 요즘 한국을 ‘K팝의 나라’라고만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의 가장 큰 문화콘텐트 수출항목은 컴퓨터게임이다.

한국은 또 ‘재미’란 요소를 갖추고 있다. 홍보 담당자들은 한국의 길거리음식이나 노래방을 소개하길 꺼릴 것이다. 하지만 내 영국인 친구들은 거의 100% 한국을 방문하곤 구절판 대신 밤문화에 빠졌다. “여행안내소에선 이런 정보를 못 받았는데, 이 나라 진짜 신난다”고 얘기한다. 서울 문래동에 데려가 인디 음악을 들려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이렇듯 한국의 ‘인디’ 문화는 음악부터 사진·영화에 이르기까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건축가인 친구가 내게 “한국은 작지만 완벽한 세계”라고 했다. 한국이 다양한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 홍보에서 이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한국엔 특별한 즐길 거리가 많다. 이것들을 이제 세계에 보여줄 때가 아닐까.



다니엘 튜더 옥스퍼드대(학사)·맨체스터대(MBA) 졸업 후 2010년부터 서울서 일했다. 한국에 대한 생각을 모아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냈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