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저 『슬픈 행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금년 3월로 회갑을 맞은 만우 박영준씨를 위해 후배와 제자들이 만우 회갑 기념문집 간행회를 구성하여 그 첫 사업으로 박씨가 금년에 발표한 단편들을 모아 『슬픈 행복』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을 냈다.
1934년 그의 「데뷔」작인 『모범경작생』으로부터 최근 발표한 『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박씨의 작품세계(주로 단편)에서 일관된 흐름을 집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뚜렷한 논리의식」일 것이다. 36년이라는 긴 작품생활을 거치는 동안 작품을 통한 그 나름의 논리추구는 이미 원숙의 경지에 접어들었고, 따라서 발표가 일천한 단편들의 모음은 빛을 더할 수도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67년 8월에 발표한 『판잣집 아내』부터 70년 10월에 발표한 『내성』까지 발표순서대로 10편. 류주현씨의 표현을 빌면 『세태의 변천과의 관계없이 언제나 건강한 특징』을 적절히 지니고 있으며 『강기슭에 외로운 모옥을 연상케 하는 언어미학건축』의 느낌을 준다. 아마도 박씨는 박목월씨의 송수시가 말하듯-. 담담하게/혹은 덤덤하게/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고/제 베이스를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 <세종출판사 간·사육판·374면·6백50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