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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동질 의식 회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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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초이래 상승 일로를 걷고 있던 과열된 선거 분위기는 지난 28일 대통령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밝혀진 뒤에도 계속 그 열도가 식지 않은채 또 다시 국회의원 선거의 격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 기간 중 어느 정도의 국론 분열과 또 그로 말미암은 사회적 혼란을 겪게 마련인 것은 우리도 다 알고 있는 바와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번에 치른 4·27총선의 결과 노정된 심한 국론분열 현상과 또 너무도 지나친 지역적 대립 감정의 노출 등은 누구의 눈에도 도를 지나쳐 자칫하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안정에 당장 어떤 직접적인 위해를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수반케 하고 있을 정도이다.

<공감가는 국민 총화의 정치 풍토 조성론>
박 대통령은 1일 제7대 대통령으로의 당선 소감을 밝히는 가운데 『국민총화의 정치풍토조성』을 다짐하면서 『발전을 저해하는 사치풍조와 부정·부패 및 지역감정 등 퇴폐적이며 전근대적인 풍조를 단호히 뿌리 뽑고,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의 구현』을 생활화하는 시책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대통령의 이와 같은 언명은 그가 오늘날 우리 사회 일각에 조성돼 가고 있는 전술한 바와 같은 국민 동질 의식의 파괴로 인한 위기상황에 대해서 우리와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우리는 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그가 말하는 『국민총화의 정치풍토조성』에 대해 특히 다음과 같은 기대를 걸고 싶다.
먼저 박대통령 자신도 말했듯이 정부는 모든 악조건 속에서 『끝까지 선전 분투한 야당에 대해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며 특히 앞으로 있을 5·25 총선에 있어서는 정부· 여당이 어디까지나 깨끗한 준법선거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서 세계에 대해서 이번 한국에서의 총선이 여야간 「페어·플레이」 정신을 시범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평을 듣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집권여당은 야당을 『여왕 폐하의 충성스런 반대당』이라 불러, 그 호칭에서부터 항상 반대당에 대한 경의와 존중을 잃지 않으려고 힘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여야간의 바로 이와 같은 상호존중의 정신이야말로 민주헌정의 기둥이 되는 것임을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것이다.

<여야 상호존중의 기풍이 민주 헌정의 기둥>
실지로 우리의 제1야당인 신민당도 충분히 국내외의 존중을 받을 만큼 성숙한 정치집단임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유감없이 증명됐다 할 것이다. 이 사실은 비단 신민당이 5백39만여 표라는 많은 지지표를 얻을 수 있었었다는 사실 하나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이 보여준 청렬하고, 의욕적인 한국 야당의 자세는 이제 우리 사회 민주정치의 앞날도 결코 어둡지 않다는 희망을 걸게 해준 현상으로서 국내외로부터 높이 평가됐던 것인데 이러한 야당세력을 키우고 그들의 건설적인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집권당의 정책으로 채택하겠다는 박대통령의 태도는 국민총화의 정치를 실현하는 제 일보임을 우리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음으로 오늘날 우리사회의 국민적 동질성을 파괴, 그 총화를 가로 막고있는 최대의 적이 부정·부패의 풍조라는 것을 에누리없이 인식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한 과감한 수술이 가해져야 할 것임을 우리는 강력히 주장한다. 지난 4·27 선거과정에서의 야당 유세 중 청중의 가장 열렬한 갈채를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서라도 우리는 박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과단성 있는 단안이 국민총화를 실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부정부패·사치풍조 근절에 과감한 수술을>
「아시아」 개발도상 국가에 있어서의 이른바 『민요화한 부패』 문제는 물론 한국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모든 나라에 있어서 부정·부패의 만연이 국민의 마음가운데 사회정의에 대한 전반적 불신의 씨를 심고, 이 때문에 국민의 동질의식이 무너져 대다수 국민의 사기가 떨어지고, 계층간·지역간의 적대감정을 키워, 마침내는 이것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암약의 발판을 제공하게 된다는 주장은 우리의 경우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로스트」교수도 『신흥국가 내에서의 민주주의가 당면한 제도전』을 논하면서 바로 이 문제에 상당한 언급을 하고 있거니와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발전이 조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사회의 근대화를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정부권력의 행사를 정당화하는 오직 네 가지 방향이란. ①사회의 영토적 안전의 수호 ②국민전체에 대한 전반적 복지제공 ③헌법질서의 유지 및 ④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네 분야뿐』 이라고 지적한 동교수의 깊은 통찰에 우리는 뜨거운 동의를 표명하려는 것이라.
끝으로 정부는 지역감정의 해소를 위해 많은 정치적·행정적 배려를 베풀어야 할 것이지만, 특히 당면해서는 대대적으로 영·호남 인사들간의 광범한 상호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국민의 동질의식 회복에 모든 사회교육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부각에 주력을>
이 점에서 우리는 박대통령이 그 임기 중 공화당 1당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하여 그 자신이 국민적 단합의 상징이요, 구심점적인 역할을 하는데 능동적 「이니셔티브」를 발휘해 줄 것을 요망하고 싶다.
그는 선거기간 중 다음 임기가 자신의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었거니와 그가 앞으로 4년간 국민의 앞장에 서서 지역 감정의 유화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단합된 힘을 규합하여 사회에 청신한 기풍을 소생시키는 적극적 역할을 다한다고 할 때, 국민은 국민의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역사에 기리고자 할 것이며, 그가 말하는 국민 총화의 정치풍토는 그때 비로소 소리 없이 실현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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