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한 개표 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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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앞으로 4년간의 운명을 판가름할 대통령 선거는 투·개표 과정에 들어섰다. 27일 하오6시, 투표가 끝나면 곧 투표함은 개표장으로 호송되고 개표 참관인이 참석한 가운데 개표 과정에 들어선다. 이 개표 과정은 투표 과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므로 우리는 이번 선거가 공명 정대한 것이 되기 위해 이 과정 역시 법과 질서가 최대한 존중되는 가운데 진행되어 민주선거에 유종의 미를 거두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개표는 투표인이 도착한 순서에 따라 개함을 한 후 점검·심사·계산·검산·통계·정리를 거쳐 그 결과가 개표함 단위별과 전국 집계로 수시 발표될 것이다. 이처럼 개표는 투표의 결과를 판단하기 위한 사무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지만, 개표장 안에 들어가 있는 정당 대리인과 참관인 및 일반 관람인들은 투표의 결과에 대해 관심이 큰 나머지 자칫 흥분하기 쉬운 것이고, 그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소동이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명 정대한 투표 과정이 끝난 다음에도 투표함 호송에서 개표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오직 법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행해져야 할 것이며 그 사이에 추호라도 부정과 협잡이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의 처리의 신속·공정>
만일 개표를 에워싸고 참관인 사이에 이의가 벌어지면 선관위 해석으로 신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참관인의 이의 신청이 있을 때 선관위로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것은 어떤 재정을 내리든 그것이 공평 무사해야하며, 선관위의 해석에 대해서는 당파적인 감정이나 이해 관계를 떠나, 이를 승복해야한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지난날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개표소 내에서의 소동은 참관인이나 이를 응원하는 관람인 사이에 의견 대립이 벌어진 경우 이를 재정 하는 선관위 자체가 때로 정치적으로 편파하게 움직여 정당간 싸움을 유발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니, 선관위는 이점을 특히 명심하여 초당파적 입장에서 집무의 공정을 기해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특기해야할 것은 이번 선거에는 선거 사상 초유로 대학생들이 많아 투·개표 참관인으로 나섰다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대학생들의 투·개표 참관에 관해서는 원칙론 적 견지에서 찬반의 의견이 갈라져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아 그들에게 참관인 자격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또 그들이 높은 현실 참여의식을 갖고 참관인을 자원하고 나선 이상 우리는 그들이 법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참관인으로서의 의무와 사명을 다해, 우리 나라 선거과정에서 하나의 좋은 모범적 선례를 남겨주기를 바라고 싶다.

<개표 과정의 난동 엄계>
개표 결과가 개표구 단위, 혹은 전국 집계로 발표됨에 따라, 입후보를 낸 정당 당원은 물론, 투표를 한 유권 대중들도 초조한 심정으로 혹은 기뻐하고 혹은 슬퍼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표 과정에서 그 결과가 일시 어떤 정당에 불리해 보이거나, 흑은 끝까지 절망적으로 보이면, 그 정당의 운동원이나, 혹은 그 정당을 지원하던 유권 대중은 폭력 충동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 정치 심리학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표 결과의 세 불리를 주먹다짐으로 뜯어 고쳐보려는 충동이야말로 난동이나 개표 중단 등 갖가지 불상사를 자아내는 요인을 이루는 것인데, 공명 선거는 이런 불상사의 발생이나 확대를 절대로 용납 치 않는다.
검찰 당국의 지시대로 개표장이나 그 주변에서 난동을 부리는 자는 즉각 구속되어야 할 것이며, 치안 당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질서문란으로 개표 중단 상태가 생겨나지 않도록 더욱더 만전을 기해줄 것을 바란다. 표로 판명된 결과를 폭력으로 부인, 전복하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니, 모든 유권자는 자기가 투표로써 어느 정당을 지지했건 간에, 설령 그 정당에 불리한 득표 상황이 조성되었다 하더라도 십분 자제심을 발휘하여 일절의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

<개표 결과의 무조건 승복>
끝으로 투표의 결과가 발표되면, 경쟁을 벌이는 정당도 일반 국민도 이를 완전히 승복해야 한다. 자고로 우리 민족은 경쟁에서의 승부를 명백히 인정치 않으려는 버릇이 있어 승부가 난 후에도 승·패자간에 계속 적대적 감정이 가시지 않아 승자는 패자를 무참하게 짓밟으려하고, 패자는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 가지고 승·패를 전복하려고 해왔던 것은 쓰라린 역사적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라 국민 가운데 「페어·플레이」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할 것인데 정치 싸움에 있어서의 「페어·플레이」정신의 부족은 잔인한 정치적 보복의 반복과 선거 후 유의 민란을 초래하는 원인을 이루는 것이므로 엄중히 배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결과로 승패가 판가름나, 차기 정권 담당자가 결정되면 승자는 승자로서의 아량을 베풀어 패자에게 최대의 관용을 보여야 하며, 또 패자는 패배의 결과를 깨끗이 시인함과 동시에 승자에 대한 경의를 표해주기를 바란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대통령 선거전을 일단 완전히 매듭짓고, 여야는 제각기의 입장에서 선거 태세를 재정비하여 국회의원 총선에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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