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횡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런 말이 있다.
"세계의 자동차는「가솔린」으로 움직이고 「파리」의 자동차는 경적으로 움직인다."
「파리」의 경시총감 「앙드레·드봐」는 한 시민으로부터 이런 투서를 받고 도심지에서의 경적 사용을 금지시켰다.
소음은 현대 사회에선 심각한 공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태학자들의 임상 실험에 따르면 소음은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언젠가 서울 창경원의 맹수들이 도시 소음에 견디지 못해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소음은 우선 생체내의 내분비선들을 위축시켜 생장 자체에 장애를 준다. 또한 위나 장에까지 전달되는 충격으로 식욕을 잃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증상은 불면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달콤한 잠을 빼앗아 가는 고통은 상상만 해도 우울하다.
서울의 경우, 어느 의대의 조사에 따르면 도심지의 소음은 평균 73.6「폰」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라는 일본의「도오꾜」나 「오오사까」 보다도 무려 10 내지 20「폰」이나 높은 수치이다.
공해 안전법의 안전 기준은 60「폰」으로 되어 있다. 이 소리는 새「버스」가 달릴 때 그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소리이다.
오늘의 도시인들이 「노이로제」와 같은 정신질환에 신음하는 것은 이 소음의 공해 때문인지도 모른다. 막연한 공포심, 막연한 좌절감 등은 마치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들의 심정과 비슷하다. 바로 우리의 뒤에서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달려드는 자동차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에서「베스트·셀러」가 된 일이 있는 「로버트·A·바론」저 "소리의 횡포" 라는 책을 보면 인간이 기계를 버릴 수 없는 한 소음에서 떠날 수 없다고 비관적인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우선 지상에 있는 4억5천만 대의「라디오」, 1억3천만 대의「텔리비젼」, 8천3백만 대의「스테레오」, 3천3백만 대의 녹음기를 떠나서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의 소음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의지에 의해서 멀리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강요되는 소음이다.
최근 서울 도심의 어느 종합병원 환자들이 고속「버스」 정류장의 소음을 쫓아달라는 호소를 한 것은 동정을 자아내게 한다. 정상인도 견디기 힘든 소음을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횡포 치곤 지나치다.
「조용한 선거」라는 구호에 앞서「조용한 서울」도 중요한 사회 문제로 「클로스 업」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