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십자가엔 다리 다친 예수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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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성당에서 자신이 수집한 십자가를 설명하는 최경환 신부.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예수의 생애가 그려진 칠보 십자가, 마추피추 원주민이 십자가를 떠메고 가는 인형, 매맞는 노예를 형상화한 아프리카 십자가 ….

 대구 수성구 욱수성당 전시실에는 세계의 십자가 300여 점이 걸려 있다. 모두 이 성당 최경환(53) 신부가 모았다. 최 신부가 십자가 수집을 시작한 건 십자가가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에 끌려서였다. 최 신부는 해외에 나가면 업무가 끝난 뒤 십자가가 있을 만한 시장 등을 찾아다녔다. 이제는 신자 들도 소문을 듣고 최 신부에게 기증하고 있다. 26년 동안 사제 생활을 하며 500여 점을 모았다.

 십자가는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등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한다. 예수의 모습은 그 나라 사람을 닮아 있다. 몽골의 옛 수도 카라크롬에서 출토된 십자가는 아직도 흙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 십자가는 국제학회에 참석한 지인이 몽골 뒷골목에서 구입해 최 신부에게 기증한 청동 십자가다. 칭기즈칸 시대 몽골과 기독교의 관계를 밝혀 줄 수도 있는 십자가라고 한다. 캄보디아 십자가는 한쪽 발목이 날아간 짝다리 예수가 조각돼 있다. 지뢰와 전쟁의 고통을 형상화한 것이다.

 십자가는 본래 사형 도구였지만 예수를 통해 구원의 상징이 됐다. 최 신부는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평화를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3일까지.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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