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하는 탁구 해빙|미의 대 중공 수출제한 철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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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 중공 비 전략물자 수출제한 철폐 등 14일 (현지시간)「닉슨」이 취한 일련의 대 중공 관계개선 조처는, 중공의 탁구 외교로 시작된 미·중공간의 접근이 급속도로 진전될 것임을 전조 한다.
49년 중공 건국이래 처음으로 초청한 미 탁구팀 등을 위한 열광적인 환영 파티에서 중공 수상 주은래가 말했듯이『미 팀의 방 중공으로 미·중공관계에 이룩된 새로운 장』에서, 14일「닉슨」의 대 중공 조처로 미·중공관계는 진일보하는 새로운 한「페이지」를 기록했다.
양측의 이와 같은 접근자세는 더욱 전진할 것으로 예상되거니와 양국간의 접근은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맹국도 없다』는 국제 관계에서의 철칙을 실감케 한다.
중공은 이번 미 팀 초청으로「모스크바」·대북을 견제, 나아가서는 8억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대국으로서 세계 외교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미 관계에서는 점진적인 개선보다 획기적인 전환을 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미국 측도 과연 전면 전환할 것인지는 다소의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전면 전환하기 위해서는 55년에 채택한 대만방위 결의를 철폐하고, 유엔에서 중화민국을 희생하고 중공을 가맹시켜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방위 결의가 금문·마조도가 포격 당하던 16년 전의 낡은 결의이고, 장기적인 눈으로 볼 때에는 중공과 대만의 직접 대화로 양측관계 개선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닐진대, 대만결의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폐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도 있고, 『두개의 중국론』도 반드시 고정된 것으론 볼 수 없다는 의견마저 대두하고 있다.
더우기 대만문제와 월남전 문제로 하여 종래 그렇게까지 반미 비난을 하던 중공이 미 팀 초청에서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공의 대미 문호개방이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정도로까지 미·중공 접근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닉슨」도 최근 석유분쟁이 생긴 동지나해서 시굴계획에 신중을 기할 것을 미 석유회사에 지시한 사실은, 대 중공 접근자세에서의 적극성을 입증한 것이다. 미국의 대 중공 관계개선의 이유중의 하나가, 월남전은 결국엔 미·중공간의 협상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고 보면, 양국간의 장벽인 대만방위 결의와 『두개의 중국론』마저도 조만간 다소 변질되지 않을 수 없다. 【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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