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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공연] 아쉬워도, 명불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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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이후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캐스팅별로 골라보는 재미를 더했다.[마스트엔터테인먼트]

2005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 있었다. 풍성한 선율, 미니멀리즘 무대, 시적인 가사, 프랑스어의 유려함 등이 맞물리며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빛깔이 경쟁력이었다. 한동안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 붐을 주도했다.

 이후에도 ‘노트르담 드 파리’는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이듬해 프랑스팀이 또 왔고, 2008년엔 한국어 버전도 흥행했다. 2011년엔 영어 버전까지 공연돼 한국어·영어·프랑스어로 모두 공연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한국인 취향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로미오 앤드 줄리엣’ ‘십계’ 등 여타 프랑스 뮤지컬이 한국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과 달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자존심이었고, 그 자체로 브랜드 가치가 있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 평균 유료 점유율 80%를 웃돌며 명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가을 뮤지컬 시장에서 단연 1위다.

 5년 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을 듯싶다. 무대가 작아지면서 웅장함이 약해졌다. 특히 1막 후반부 ‘괴로워’를 부를 때 뒤편에서 일렬로 쭉 늘어선 댄서들이 조명의 암전에 의해 한 명씩 등장하는 장면을 블루스퀘어에선 엇갈리게 표현해 아쉬움이 크다.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MR(Music Recorded·녹음 반주 음악)인 점도 생생함을 전달하기엔 미흡했다.

 그래도 명불허전이었다. 무엇보다 유려하고 뭉클한 음악이 귀와 가슴을 만족시킨다. 정서를 덩어리째 묵직하게 전달했다. 댄서들은 마치 빼어난 현대무용 작품을 보는 듯 놀라운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콰지모도 역의 홍광호·윤형렬, 에스메랄다 역의 바다·윤공주, 그랭구와르 역의 마이클 리·정동하·전동석 등 캐스팅별로 골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미권 뮤지컬이 다소 식상하다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무대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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