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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문화 배울 때 팝업북 만들고 연극 공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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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스팀(STEAM) 교육에 대해 묻는 말이 종종 올라온다. 예컨대 ‘지방에 살다 최근 서울로 이사 와 다른 엄마들을 만났더니 스팀 교육이란 말을 하는데, 다들 아는 눈치라 묻지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 왔다’라는 글도 그중 하나다.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에게 제법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스팀 교육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아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스팀(STEAM)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여러 과목을 따로따로 배우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교과를 연계해 배우며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공부법이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한 스토리텔링 수학도 스팀 교육의 하나다. 수학 이외엔 스팀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을까.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이대부속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 수업’은 대표적인 스팀 수업으로 꼽을 수 있다. 시간표에는 미술 시간으로 돼 있지만 수업 시간에 그냥 그림을 그리는 식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동물 이름과 서식지, 멸종 이유에 대해 배운다. 커다란 종이 위에 다양한 먹이사슬별로 동물 사진을 붙이고 그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직접 그린다. 먹이사슬에 대한 과학적 이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자연·과학·미술·토론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한마디로 미술과 지리·과학·환경을 융합한 셈이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게 된다.

 사실 이 같은 수업 방식은 외국, 특히 영미권 명문학교에선 일반화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학교의 소셜 스터디(사회)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
 

NLCS 제주는 전과목에 걸쳐 융합교육을 한다. [NLCS제주]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영국계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칼리지에잇스쿨 제주(이하 NLCS 제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배운다고 하면, NLCS 제주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대신 역사·미술·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융합 교육을 받는다. 미술 시간에 조를 나눠 자신이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팝업 북을 제작하는 식이다. 아이들 스스로 그리스와 로마의 군대·복식·가축·숫자·문자 체계 등에 대해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학기 말 조회 시간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투구와 방패, 갑옷을 차려입고 로마 군대를 묘사한 소극을 공연하기도 한다.

또 그리스와 로마의 숱한 전쟁을 재연하며 로마 군단의 전투 대형을 이해하는 체험도 한다.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단순 암기식 시험을 통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서서히 체득하는 교육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NLCS 제주에서는 소셜 스터디뿐 아니라 수학 수업도 진작부터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융합 교육에 대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LCS 제주 관계자는 “일방향식 지식 전달은 단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죽은 교육”이라며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는 살아 있는 교육을 원한다면 다양한 교과를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융화한 스팀 교육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NLCS의 스팀 교육은 이달 중 열리는 입학설명회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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