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유세 있던 날 박·김 두 후보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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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
대전 유세를 위해 10일 아침 진해를 떠난 박정희 대통령은 「헬리콥터」로 추풍령 휴게소까지 온 뒤 그곳에서는 후보 신분에 맞춰 개인 승용차를 갈아타고 유세 시작 5분전에 강연장인 대전 공설 운동장에 도착했다.
박후보는 오는 도중 추풍령 휴게소에서 지방을 돌던 김종필 부총재·백남억 당의장·이효상 국회의장과 대전에서 마중 나간 길재호 사무총장을 만나 점심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선 중진반 유세에 얽힌 가벼운 얘기만 화제에 올랐다.
공화당은 박정희 후보가 첫 유세를 벌인 대전에 중앙 당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
유세에 나선 박 총재·김 부총재·이 국회의장 외에도 유세 직후에 열릴 시도지부 위원장 및 사무국장 연석 회의에 참석키 위해 백 당의장·길 사무총장·김성곤 재경위원장·김창근 대변인과 시도지부 위원장 등 당무위원 대부분이 내려왔고 중앙사무국에서도 신광순 조직부장·안종렬 조직부장 대우·김창원 선전부 차장 등 10여명의 요원이 자료 보따리를 옮겨놨다.
지방 유세중인 이석제씨와 이영근·김용채 의원 등도 적잖이 모여들어 유성 「호텔」은 초만원을 이뤘다.
약 55분간 계속된 박 후보의 첫 연설은 청중들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인 얘기를 넣기도 해 가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후보는 연설도중 『설겆이를 하다보면 그릇을 깰 수도 있듯이 정치를 하다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이라면서 『야당은 그릇을 안 깼다고 하지만 그것은 설겆이를 안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고, 야당의 4대국 보장론을 가리켜 『혹 떼러 갔다 도로 붙이게 될 정신나간 얘기』라고 혹평.
한편 박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옥천서 온 청중 한사람이 박 대통령 지지 혈서를 쓰겠다고 하는 통에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단상으로 데려가 만류하는 풍경도.
김 부총재와 백 당의장은 박 후보와의 추풍령 회동에 앞서 9일 밤 대구에서 술잔을 나누며 그간 수행원들간에 벌였던 불협화를 씻었다.
박 후보의 첫 유세가 67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도 대전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김종필 부총재는 『충무공 존경과 함께 박 대통령이 충남을 특별히 생각하기 때문』 이라는 점을 대전강연에서 강조

<신민>
김대중 신민당 후보는 부산 유세 날에도 분주했다.
야간 열차로 10일 새벽 부산 진역에 내리자 정상구 부산시 당위원장 김응주 이기택 이종화 김승목씨 등 지구당 위원장과 청년 기동대 2백여명이 마중 나와 『김 후보 만세』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김 후보는 미진장 「호텔」에서 잠시 쉰 뒤 기자 회견을 하고 11시부터 시작된 김해 연설회에 나섰다. 김 후보는 연설회에 앞서 김해 읍내에서 베풀어진 김해 김씨 대제에 참석, 종친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신민당은 10일의 부산 유세에서 30만 청중을 모은다는 계획 아래 조방 앞 광장으로 장소가 결정된 7일부터 각 지구당 별로 청중 동원 작업에 나섰다.
청중을 모으기 위해 부산 시내 8개 지구당 위원장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직접 나가 유세를 알리는 전단 50만장을 뿌렸고 특히 각 지구당별로 두 사람의 당원이 한 조가 된 10개조 이상이 시내 「버스」앞뒤에 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하여 김 후보의 유세 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방법을 썼다고.
골머리를 앓던 장소 사용 문제는 지난 7일 정상구 시 당위원장이 공화당의 최두고 시 당위원장을 만나 절충한 결과 최 의원이 공화당이 냈던 조방 부지 사용 신청을 취소해주어 원만히 해결됐다.
부산 유세 비용은 8개 지구당 위원장이 모은 약 50만원과 중앙당 지원비 등으로 충당됐는데 일부 지구당 위원장들은 유세 연사로 참여시켜 달라고 졸라 한때는 유진산 당수가 신고연사 (4명) 에서 빠지기로 했다가 사회는 정상구 시 당위원장이, 폐회사는 정해영 총무가 맡기로 낙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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