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 한국 탁구…정상이 보인다|김성집 (대한 체육회 사무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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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동경에서 열리고 있는 제3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리 나라 여자 선수들이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스포츠·코리어」의 이름을 다시 한번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이어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나라는 마라톤이나 축구·농구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스포츠·코리아」의 이름을 꽤 많이 알려 왔다.
그러나 탁구의 경우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친 경우는 59년 서독 「도르트문토」에서 열렸던 같은 세계 선수권 대회 때 여자 단체전 준우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가 아닌가 한다.
그때만 해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적었는지 이번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는 인접 국가인 일본에서, 더구나 북괴가 함께 출전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우선 국민들은 우리 팀이 몇 위나 차지하느냐 하는 점보다는 북괴와 대결했을 때, 또는 북괴와의 성적 등을 비교했을 것이다. 다행하다고 나 할지 우리 남자 팀은 북괴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 직접 경기를 벌이지는 않았으나 우리의 랭킹이 높아졌다는 결과는 여자 「팀」 못지 않은 좋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탁구가 처음 보급되기는 1924년 일본인이 운영한 경성 일일 신문사가 제1회 핑퐁 경기 대회를 개최했을 때부터였다. 50여년의 보급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우리 나라가 국제 무대에 나서서 본격적으로 경기 활동을 벌인 것은 5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탁구 선수권 대회 때부터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이전에 지역적인 국제 대회가 있었으나 국가 대표팀이 출전한 경우보다는 개인 또는 사회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금 같은 규모라고는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최근 20여년 동안 우리 나라 탁구는 다른 스포츠와 함께 완전히 국제 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3위를 차지한 여자 선수들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앞으로 남은 개인전에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을 거둘 것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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