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의 비밀 …"정부, 환자 약값 차이 부추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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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폐지를 건의하고 나섰다.

제약협회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실익도 없고 당위성도 적다"며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약값 인하 효과는 적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히려 입원·외래 환자의 약값차이를 부추기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유도해 병원 양극화를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약품 약값 차액을 병원 인센티브로 제공해 의약품 처방이 늘어날 수 있으며, 조제료·처방료가 별도로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약값 마진을 인정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의약품 저가 구매 유도 ▶의약품 유통 투명화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201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약가 제도 개편으로 2012년 2월부터 1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2014년 1월까지 또 한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현재는 제도 추진 방향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는 현황이다.

제약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제약협회가 성균관대 연구팀에 의뢰해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건강보험과 의약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또 이 제도와 관련한 제약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제약협회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약값 절감 효과 없다"

제약협회는 이 제도를 시행해도 약값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0년 10월 당시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시행할 경우 3~5년간 매년 5%의 약가인하를 통해 연간 6500억원의 약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6개월간 제도를 시행한 결과, 약가인하율은 1% 내외(0.6~1.6%)로 저조했다.

제약협회는 "의료기관에 지급된 연간 인센티브 금액 1300억원과 약가인하를 단행했을 경우 추정되는 약가인하 금액 1300억원을 비교할 때 보험재정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2년 4월 시행한 일괄 약가인하(1조 7000억원)와 기등록 목록정비(7800억원)로 약품비를 20%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또 시행 예정인 약가 인하제도 ▶사용량-약가 연동제(최대 10%)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최대 5%) ▶특허만료 약가인하(30~46.45%)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약협회는 "정부에서 기대한 정책효과를 이미 달성했다"고 분석햇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시행해도 사실상 약값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같은 약 먹었는데 동네병원 갈수록 약값은 비싸다고?

반면 제도 시행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다양하다. 우선 약값 형평성 부분이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되면 같은 약을 먹어도 입원·외래 환자의 약값에 차이가 생긴다. 또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병원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종합병원은 91.7%로 높지만 병원 6.3%, 의원 1.8%, 약국 0.2%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약협회는 "대형병원을 이용할수록 약값 부담이 줄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부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또 있다. 정부가 병·의원에 약값 차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해 오히려 의약품 조제·투약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의약품 처방료·조제료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약값 마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에게 약값부담을 떠 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약협회는 "정부는 과잉투약을 억제하기 위해 약값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의약분업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약값 마진을 사실상 인정해 국민에게 약값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이 제도가 음성적 리베이트를 합법화해 1원 낙찰 등 비정상적인 의약품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이 제도가 시행된 후 1원 낙찰 품목이 연간 2515품목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늘었다.

줄인 약값으로 대형병원만 배불러~

제약협회에 따르면 현행 약사법 빛 의료법상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제약회사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서는 의료기관이 약가마진 중 70%에 해당하는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연간 13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 중 92%가 종합병원 이익으로 돌아갔다. 국내 의약품 시장의 20%는 종합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의약품 처방권과 구매권을 동시에 가진 종합병원은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의약품 저가 구매에 나서면서 제약업계는 출혈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대신 처방 절감 인센티브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약협회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종합병원 의약품 시장에 국한해 작동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의약품 처방을 줄이는 것을 유도해 비용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보완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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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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