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부른 불협화 영화진흥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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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일 총회서 드러난 문제점>
『국산영화의 진흥과 조합원의 상호공동이익을 도모하며 융자 등의 방법으로 영화예술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했던 한국영화진흥조합은 24일의 제1차 정기총회 때에 협회간의 반목 등 여러 가지 문젯점을 제기, 그 항로가 순탄치 못할 것을 암시했다.
영화법 개정에 따라 지난 2월13일 발족하게된 한국영화진흥조합은 영화진흥이라는 대전제아래 각종 이해문제를 다루게되기 때문에 창립직전까지만 해도 제작자협회가 불참을 결의하는 등 잡음이 꼬리를 물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합원이 되는 제작자협회·수출입자협회·영화인협회·극장연합회의 4개 단체가 궁극적으로「영화」라는데 귀일 되지만 엄격히 따지면 각기 이질적이라는데 있다. 진흥조합이 이질적 요소인 집합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우선 조합운영의 근거가 되는 출자금의 배분에서 나타난다. 최고2천만원(수출입업자)에서 최하5백원(영화인협회)에 이르는 출자금의 다양성은 출자액의 다과에 따라 어떤 출자자는 무관심하게 했고 또 어떤 출자자는 지나치게 열을 올리게 했다.
24일의 총회에서 밝혀진 제1차 년도 진흥조합의 세입규모는 5억7천8백여만원-. 이 가운데 2억원이 수출입업자의 출자금이고 3억원이 외화수입 코터에 의한 수입이고 보면 진흥조합의 운영은 수출입업자에 의해 좌우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총회에서의 첫 번째 말썽은 3억원의 외화수입 코터수입금액에서 시작되었다.
예산설명에서 「가상예산」으로 표현된 이 수입금액은 해당협회(수출입업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60편의 외화수입 코터, 편당 5백만원이라는 막연한 숫자를 근거로 산출 된 3억원에 대하여 다른 협회 대의원들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 예산전체에 보이코트를 들고 나왔다.
이들의 반대이유는 외화수입 코터의 편당 5백만원은 예년(1천만원까지 오른 일도 있다) 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이며 이것은 수입업자들이 출자를 많이 한데 대한 보상 같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영협 측 대의원이 주동이 된 진흥조합이사회 및 집행부에 대한 불신세력은 이3억원 문제와 예산배정의 불합리성을 들어『이 예산은 마땅히 반환돼야한다』고 일제히 항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대의원전원 40명 가운데 35명이 출석했는데 발언한 대의원이 연32명, 장장4시간에 걸친 논쟁에서 이들 32명은 한결같이 예산철회를 부르짖은 것이다.
예산배정의 불합리성 문제에 있어서도 극장협회는 극장협회대로 『우리가 없으면 아무리 영화가 만들어져도 소용이 없는데 공연장개량에 고작 5백만원이 뭐냐』는 식으로 들고나섰고 제협은 제협대로 『국산영화 수출에 따른 보상 없이 편당 30만원의 보조는 너무 적지 않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또한 기관(조합) 운영비 3천4백만원도 많다고 말썽이 됐고, 하여간 조목조목이 말썽의 대상이 됐다.『세상에 이런 불투명한 예산이 어디 있느냐』 『대의원 거의 모두가 반대하는 이 예산안을 어떻게 통과시키느냐』는 등 반발이 그치지 않았으나 집행부의 설득반 애소반이 주효, 어느 대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이 예산안』은『대의원 거의 모두가 이 예산안에 반대하고있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반영시킨다』는 조건으로 마침내 변칙(?)통과 되었다. 71년도 사업계획을 일별 하면 ①국산영화제작자금지원②영화인의 복지향상 ③국산영화의 해외진출지원 ④국산영화배급체제의 정상화 ⑤입장료의 현실화 등이며 특별회계로서 4천만원을 계정, 수출 및 해외 영화제 출품용 영화(최소한2편)를 제작한다고 한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 없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돈보다는 오히려 영화인 전체의 단합이 더욱 중요하다. 이해문제가 얽혔을 때 잡음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한국영화발전이라는 과업을 앞에 놓고 전 영화인의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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