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질의 군부입김 터키정변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9년 총선에서 재집권한 이래 몇 차례의 고비를 넘겼던 터키의 데미렐 내각이 12일 군부의 『최후통첩』이라는 결정타를 맞고 와해했다.
지난 1월 앙카라 대학에서 반정부시위를 하는 학생과 경찰이 충돌하면서부터 군부가 개입하리라는 우려는 있었던 것.
60년 멘데레스 정권을 몰아낸 터키군부는 정정이 불안할 때마다 정부에 은근한 세력을 넣어온 전역이 있기 때문이었다.
68년부터 실시한 2차 경제개발계획의 부진에 따른 경제사정의 악화, 학생·노동자들의 반정부 데모로 인한 사회적 불안 등으로 학생·노동자·야당·지식층으로부터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더우기 69년의 선거에서 총 4백50석의 의석 중 2백57석을 확보했으나 집권당 내부의 내열로 극우파가 이탈, 2백25석으로 간신히 과반수의 명맥을 이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데미렐 수상의 두 형제가 정부에서 1백30만 달러의 특혜융자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수상의 개인적인 신망이 완전히 실추됐다.
터키군부에서는 국내 정정이 소연해지자 지난해 12월 방송을 통한 성명에서 데미렐 내각에 경고를 한바 있었다.
이러한 판에 지난 4일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극우파학생조직인 『터키 인민해방군』이 터키에 주둔중인 4명의 미 공군사병을 납치, 이들을 구원하려는 군경이 학생들과 충돌, 군부개입의 결정적인 계기를 주었다. 이리하여 이른바 『코뮤니케에 의한 쿠데타』가 이뤄졌다. 데미안수상은 이에 굴복, 해임을 결정함으로써 수나이대통령은 13일 8개 정당 대표자들을 소집, 후임수상지명문제를 논의, 회의에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김동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