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RO'가 파괴 노렸던 평택기지, 울타리 뜯겨 있고 경비원 자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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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이른바 ‘RO’ 모임에서 파괴 대상으로 지목한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 등 주요 국가시설 보안 태세의 허점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6월부터 주요 국가기간시설의 보안 실태를 긴급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국정원은 국가시설의 보안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9일 공개한 ‘국가기간시설 보안실태 긴급점검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336만kL)의 가스 기지인 평택기지를 비롯한 여러 기간시설에서 보안상의 취약점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평택기지의 경우, 기지 외곽 울타리 일부 구간은 훼손돼 누구든 월담이 가능한 상태였고 경비 초소 근무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잠을 자다 보안점검에 적발됐다. 영흥화력발전소(3340㎿급)는 경비 근무자 부족을 이유로 아예 외곽 초소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영흥화력은 특히 진동감지기·CCTV가 잘못 설치됐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여러 항목에서 지적을 받았다. 국내 전력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한울원자력발전소는 차량 출입 때마다 동승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돼 있는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고 통과시켜주다 적발됐다. 한국석유공사 울산기지(지상 1280만·지하 650만 배럴 규모)는 외곽 울타리 주변 나무들이 경비원들의 감시 시야를 막고 있었다. 인천화력(115만㎾급)과 당진화력(4000㎿급)은 취약 구간에 CCTV나 적외선 감지기 등의 보안장비를 설치하지 않아 보안점검에 적발됐다.

 민간 기업 시설들도 외곽 울타리 움직임 감지 센서 미설치 및 고장 CCTV 방치(SK에너지 제주기지), 외부 출입자 신원조회 미실시(씨텍 열병합발전소) 등 여러 건이 적발됐다.

 추 의원은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파괴 모의 등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라며 “이른 시일 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만일의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평택기지에 문제가 생기면 수도권 공업지구에 연간 약 49억kWh의 전력을 공급하는 평택화력발전소 운영이 중단돼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초 서울 합정동에서 있었던 ‘RO’ 모임 녹취록을 보면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그 시설(평택기지)이 경비가 엄하진 않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평택기지의 보안이 취약한 점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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